‘2025 상하이 국제 모터쇼’는 총 26개국, 10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100종 이상의 신차가 최초 공개돼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사진제공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2025 상하이 국제 모터쇼’는 총 26개국, 10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100종 이상의 신차가 최초 공개돼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사진제공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세계 자동차 산업의 기술력과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025 상하이 국제 모터쇼(Auto Shanghai 2025)’가 23일 중국 상하이 국립전시컨벤션센터(NECC)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모터쇼는 총 26개국, 10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100종 이상의 신차가 최초 공개돼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행사는 중국의 전기차(EV) 및 자율주행 기술의 급속한 발전상을 집중 조명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중국 전기차 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
이번 상하이 모터쇼는 중국 로컬 전기차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무대였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인 비야디(BYD)는 단 5분 충전에 최대 400km를 주행할 수 있는 혁신적 메가와트급 초급속 충전 기술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관람객의 큰 관심을 끌었다. 또한 메르세데스-벤츠와의 합작사인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Denza)’를 통해 고성능 전기 슈퍼카 콘셉트를 공개하며 기술적 자신감을 과시했다.

니오(NIO)는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에서 벗어나 보다 대중적인 시장을 겨냥한 새 브랜드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출범하며 전략 다변화를 시도했다. 파이어플라이 브랜드 최초의 양산차는 고정식 배터리를 장착하고 약 2000만 원대의 공격적인 가격으로 출시되었으며, 중국과 유럽 젊은 소비자층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아울러 니오는 기존의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사업도 계속 확장해 나가면서 배터리 기술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샤오펑(XPeng)은 자사의 독자적 자율주행 시스템 ‘X-Pilot’을 더욱 발전시킨 신기술과 이를 탑재한 중형 전기 SUV ‘G6’ 양산형 모델을 공개했다. 리오토(Li Auto)는 그간 주력해왔던 주행거리 확장형 전기차(EREV)에서 순수 전기차(BEV)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또한 자체 개발한 고성능 칩과 운영체제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력을 과시했다.

지리자동차 산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Zeekr)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신형 플래그십 모델을 선보였다. 특히 지커 001 모델은 뛰어난 주행 성능과 고급 오디오 시스템 등으로 유럽 및 글로벌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지커는 유럽 진출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의 의지를 다졌다.

샤오미(Xiaomi) 자동차는 첫 번째 전기 세단 SU7의 성공적 출시로 자신감을 얻었지만, 최근 발생한 자율주행 사고로 기술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받고 있다. 이에 샤오미는 이번 모터쇼에서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업그레이드한 ‘SU7 울트라’ 모델을 공개하며 신뢰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폰과 차량을 연계한 ‘스마트카-스마트홈’ 통합 시스템을 시연하며 미래 자동차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 글로벌 완성차 기업 현지화 전략
독일과 일본의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도 중국 현지 시장에 맞춘 모델들을 적극 선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 전용 전기 세단 CLA 롱휠베이스를 최초 공개했고, 아우디는 중국 전용 브랜드를 출범하며 중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했다. BMW와 폭스바겐 역시 현지 소비자 취향을 적극 반영한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전시했다. 일본 브랜드 토요타와 혼다도 중국 파트너사와 공동 개발한 현지 전용 전기차 모델들을 선보이며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한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 현대·기아 첫 불참, 중국시장 전략 변화
현대차그룹은 2002년 중국 진출 이래 베이징과 상하이 모터쇼에 지속 참가해왔지만, 올해 처음으로 전시회를 전면 불참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급속한 성장과 사드(THAAD) 사태 이후 장기적 판매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중국 시장에서 101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나, 2024년에는 43만 대로 급감하며 점유율이 1.6%까지 하락했다. 현대·기아는 북미 시장 확대에 집중하며 중국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현대모비스는 70인치 규모의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AR-HUD)와 47개 스피커를 장착한 사운드 데모카 등 현지 특화 신기술 2종을 공개했다. 사진제공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현대모비스는 70인치 규모의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AR-HUD)와 47개 스피커를 장착한 사운드 데모카 등 현지 특화 신기술 2종을 공개했다. 사진제공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모터쇼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현대차는 모터쇼 개막 전날인 22일 상하이에서 중국용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일렉시오’(ELEXIO)의 프리뷰 행사를 열었고, 현대모비스는 이번 상하이모터쇼에 참여해 70인치 규모의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AR-HUD)와 47개 스피커를 장착한 사운드 데모카 등 현지 특화 신기술 2종을 공개했다.

● 중국 자동차 산업, 글로벌 경쟁에서의 우위 전망
전문가들은 이번 상하이 모터쇼를 통해 중국 자동차 산업이 더 이상 단순한 시장 참여자가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을 것으로 평가한다. 이미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은 동남아시아와 남미에서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CATL의 차세대 배터리 기술 ‘선싱’은 단 5분 충전으로 520km를 주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중국 브랜드들의 기술 혁신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중국의 급속한 기술 발전과 공격적 가격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현지화 전략과 기술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시장 공략 본격화를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중국(상하이) |원성열 기자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