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스만은 정통 픽업트럭 특유의 강인한 주행 성능에 대형 SUV 수준의 승차감과 편의사양을 더해 주목받고 있다. 2단 ATC 기반 사륜 시스템과 전자식 차동기어 잠금장치 등을 통해 오프로드 성능을 높여 레저와 일상 모두를 아우른다. 사진제공 |기아

기아 타스만은 정통 픽업트럭 특유의 강인한 주행 성능에 대형 SUV 수준의 승차감과 편의사양을 더해 주목받고 있다. 2단 ATC 기반 사륜 시스템과 전자식 차동기어 잠금장치 등을 통해 오프로드 성능을 높여 레저와 일상 모두를 아우른다. 사진제공 |기아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오랫동안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스포츠가 유일한 선택지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수입 픽업은 가격과 애프터서비스 한계로 대중화에 실패했다. 이 고착된 판에 균열을 낸 모델이 기아 ‘타스만(Tasman)’이다. 정통 픽업트럭으로는 기아의 첫 작품인 타스만은 출시 3주 만에 1248대가 판매되며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단순히 새로운 모델의 등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 타스만의 돌풍 이유를 살펴봤다.

●SUV 감성 더한 ‘승차감 혁명’|
타스만 돌풍의 첫 번째 이유는 픽업트럭의 강인한 골격 위에 현대 SUV의 감성을 이식한 ‘승차감의 진화’다. 타스만은 보디 온 프레임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정통 픽업트럭이지만, 기존의 화물 중심 상용차와는 확연히 다른 주행 질감을 만들어냈다. 

서스펜션 구성은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리지드 액슬 리프 스프링 구조다. 기아는 리프 스프링이라는 상용차 기반 하드웨어를 그대로 두되 여기에 주파수 감응형 댐퍼와 우레탄 스토퍼, 고무 범퍼 등 SUV에서 사용하는 진동 완충 기술을 적극 이식했다. 이를 통해 공차 상태에서도 후륜의 통통 튀는 거동을 억제하고, 고속 직진성과 회전 안정성을 확보했다.

또한 프레임과 차체 사이 접합부에는 유압식 마운트 구조를 적용해 노면 진동과 프레임 공진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했으며, 실내 곳곳에는 차음재와 흡음재를 확대 적용해 정숙성까지 확보했다. 실제 주행에서 들려오는 노면음, 풍절음, 엔진의 진동 등이 모두 SUV급 수준으로 억제돼, 정통 픽업임에도 탑승자는 마치 쏘렌토급 이상의 SUV에 탄 듯한 안락함을 경험할 수 있다.

2열의 활용성도 주목할 만하다. X-Pro를 포함한 전 트림에 ‘슬라이딩·리클라이닝 2열 시트’를 세계 최초로 적용했는데 이것의 신의 한수가 됐다. 등받이 각도 조절은 물론 시트 전·후 슬라이딩이 가능해, 뒷좌석을 단순한 보조 공간이 아닌, 장거리 이동에 적합한 ‘패밀리 존’으로 탈바꿈시켰다. 정통 픽업에서도 승용 감성을 원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한 정확한 응답이다.

한쪽 바퀴가 허공에 완전히 뜨는 범피 구간을 가볍게 통과하고 있는 기아 타스만. 사진제공 |기아

한쪽 바퀴가 허공에 완전히 뜨는 범피 구간을 가볍게 통과하고 있는 기아 타스만. 사진제공 |기아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
타스만이 진정한 ‘정통 픽업’으로 평가받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픽업트럭처럼 생긴 SUV’가 아니라, 험지 주파 능력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과 설계가 녹아 있는 정통 오프로더의 면모를 갖췄기 때문이다.

타스만의 4WD 시스템은 ‘2단 ATC(Active Transfer Case)’ 기반 파트타임 사륜구동 구조다. 운전자는 2H(후륜구동), 4H(고속 사륜), 4L(저속 사륜), 4A(전자 제어 자동 사륜) 네 가지 주행 모드를 실시간으로 선택할 수 있다. 특히 4L 모드는 험로 탈출, 급경사 하강, 견인 트레일러 운행 등 저속 고토크가 필요한 조건에서 압도적인 구동력을 발휘한다. 기계식이 아닌 전자식 제어 방식이기 때문에 전환 속도와 정밀성 모두에서 우수한 반응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후륜에는 전자식 차동기어 잠금장치(e-LD, electronic Locking Differential)가 탑재되어 있다. 좌우 바퀴 간 회전 차이를 완전히 차단함으로써, 바퀴 한 쪽이 허공에 떠 있는 상황에서도 추진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이다. 진흙, 눈길, 자갈길 등에서의 탈출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사양이다.

오프로더 특화 트림인 X-Pro에 한해 제공되는 ‘락(Rock)’ 모드와 ‘X-트렉(TREK)’ 모드도 인상적이다. 락 모드는 급경사 암석지대를 탈출할 때 전자식 트랙션과 엔진 제어를 극대화하며, X-트렉 모드는 페달 조작 없이 차가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전진하도록 제어해 운전자는 오로지 조향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일반 SUV에는 없는 오프로드 전용 기능이다.

또한 타스만은 엔진 하단과 연료탱크에 스키드 플레이트가 적용됐으며, 도강 성능을 고려한 흡기 위치 설정, 언더보디의 내구 강성 설계, 범퍼와 휠아치의 진입각·이탈각까지 정밀하게 조율되어 있다. 수치상 진입각은 28도, 이탈각은 25도로 정통 오프로더로 인정받는 포드 레인저나 지프 글래디에이터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또한 타스만은 완전히 새로운 레저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슬라이딩 베드, 루프랙, 사이드 스텝, 롤바, 견인장치, 하드커버 등 총 60여 종의 전용 액세서리를 순정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캠핑·낚시·차박을 즐기는 사용자를 위해 루프탑 텐트와 텐트형 어닝까지 순정 옵션으로 지원해 경쟁차를 압도한다. 타스만의 가격은 3750~5240만 원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