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 끝에서 터진 낭만, 백주영이 켜는 브람스의 밤

브람스의 서정과 격정이 서울의 밤을 물들인다.
예술의전당이 11월 26일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백주영 & 피닌 콜린스의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를 선보인다. ‘2025 예술의전당 앙상블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할 이번 공연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한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는 귀한 무대다.

세 곡으로 완성된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낭만주의의 절정이자 작곡가 내면의 일기와도 같다. 첫 번째 곡인 ‘제1번 G장조 Op.78(비의 소나타)’는 가곡 ‘비의 노래’의 선율을 인용해 고요한 사색과 따뜻한 휴식을 담았다. 이어지는 ‘제2번 A장조 Op.100(툰 소나타)’는 스위스 툰 호수에서 완성된 작품으로, 여름 햇살처럼 부드럽고 온화한 선율이 특징이다. 마지막 ‘제3번 d단조 Op.108’은 단조의 긴장감 속에서 인간적 고뇌와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아낸다. 세 곡이 이어지며 하나의 서사처럼 감정의 여정을 완성한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은 세계 주요 콩쿠르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바이올린의 여제’로 불린다. 펜데레츠키가 “안네 소피 무터를 잇는 연주자”라 평한 그는 서울대 최연소 교수이자, ‘바흐와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전곡 하루 완주’로도 유명하다. 이번 무대에서도 섬세함과 강렬함을 오가며 브람스의 내면을 그려낼 예정이다.

피아노 피닌 콜린스 ⓒCéline Michel

백주영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아일랜드 피아니스트 피닌 콜린스는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 우승자로, 유럽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그라모폰이 ‘에디터스 초이스’로 선정한 그의 슈만 음반은 예술성과 깊이를 동시에 인정받았다. 현재 더블린 국제 피아노 콩쿠르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인 그는 중후한 음색과 서정적 해석으로 브람스의 낭만적 풍경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두 거장의 호흡으로 완성되는 ‘브람스의 세계’라 할 수 있다. 인간적 온기와 시대를 초월한 감정의 힘이 어우러질 11월의 서울. 클래식 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시간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