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첼리스트 김민지가 12월 26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리사이틀 ‘DANCE’를 연다. 이번 공연은 제목 그대로 ‘무곡’을 키워드로 삼아, 각 나라의 민속적 색채와 리듬을 첼로라는 악기로 풀어내는 무대다. 슈만에서 피아졸라까지,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작품들이 한 프로그램에 담겼다.

김민지는 그동안 C.P.E. 바흐와 J.S. 바흐 전곡 연주,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 등 대규모 레퍼토리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다. 이번 리사이틀은 그 연장선이 아닌, 보다 자유로운 구성으로 무대의 방향을 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음악의 가장 근원적인 움직임이라 할 수 있는 무곡을 통해 첼로의 음색과 리듬감을 전면에 내세운다.

공연 1부는 슈만의 ‘5개의 민요풍 소품 Op.102’로 시작한다. 독일 민속 음악의 정서가 담긴 이 작품은 첼로의 부드럽고 깊은 소리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이어지는 스트라빈스키의 ‘이탈리안 모음곡’에서는 분위기가 단번에 바뀐다. 날렵한 리듬과 기교적인 선율이 이어지며, 첼로와 피아노의 긴밀한 호흡이 돋보이는 장면이 펼쳐진다.

인터미션 이후 무대는 보다 강렬한 색채로 채워진다. 파야의 ‘스페인 무곡 제1번 La Vida Breve’와 ‘스페인 민요 모음곡’은 플라멩코 특유의 긴장감과 열정을 담고 있다. 여기에 바르토크의 ‘루마니아 민속 무곡’이 더해지며 동유럽 특유의 토속적인 리듬과 선율이 대비를 이룬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피아졸라의 ‘Le Grand Tango’다. 탱고 특유의 강렬한 리듬과 재즈적 화성이 결합된 이 작품은 첼로와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긴장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무대에는 피아니스트 원재연이 함께한다. 김민지는 작년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추는 원재연과의 협연에 대해 “작품마다 담긴 리듬과 성격을 또렷하게 전달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김민지는 이번 리사이틀에 대해 “최근 몇 년간 전곡 시리즈 위주의 무대를 이어왔지만, 이번에는 무곡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선택했다”며 “무곡은 음악의 기본이 되는 장르로, 인간의 본능을 건드리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때 스페인에서 생활하며 그곳의 음악과 분위기를 가까이서 접한 경험이 프로그램 구성에 영향을 줬다. 관객들이 민요를 듣듯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03년 미국 아스트랄 아티스트 내셔널 오디션 우승으로 미국 무대에 데뷔한 김민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뉴잉글랜드 음악원, 프랑스 툴루즈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국내 주요 콩쿠르를 석권했으며, 허드슨 밸리 현악 콩쿠르, HAMS 국제 첼로 콩쿠르, 어빙 클라인 국제 현악 콩쿠르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로린 마젤이 이끌던 스페인 레이나 소피아 오케스트라에서 아시아 최초로 첼로 부수석을 지냈고, 현재는 서울대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덕수궁 석조전 음악회 음악감독, 여수 에코 국제 음악제 예술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