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달리자병원 최승민 대표원장(정형외과 전문의)

파주 달리자병원 최승민 대표원장(정형외과 전문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는 송년회 등 각종 모임으로 인해 술자리가 잦아진다. 적당한 음주는 분위기를 돋우지만, 연일 이어지는 과도한 음주는 간 건강뿐 아니라 관절 건강, 특히 ‘고관절’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술을 마신 다음 날 유독 사타구니(서혜부) 부근이 뻐근하거나 양반다리를 할 때 통증이 느껴진다면 단순한 근육통이 아닌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전조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골반과 맞닿아 있는 허벅지 뼈의 위쪽 끝부분인 ‘대퇴골두’로 가는 혈류가 차단돼 뼈 조직이 죽어가는 질환이다.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뼈세포가 괴사하고, 이를 방치할 경우 체중을 견디지 못한 대퇴골두가 무너져 내리며 극심한 통증과 보행 장애를 유발한다.

이 질환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음주가 강력한 위험 인자로 꼽힌다. 알코올을 과다 섭취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생성된 지방세포가 미세 혈관을 막아 대퇴골두로 가는 혈액 공급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자의 상당수가 음주를 즐기는 30~50대 남성층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특별한 통증이 없거나 가벼운 고관절 통증으로 시작되지만, 괴사가 진행돼 뼈가 함몰되면 걸을 때 절뚝거리게 되고 다리 길이가 짧아지는 등 심각한 기능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치료법은 괴사의 진행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괴사 범위가 작고 위치가 양호한 초기(1,2기)라면 약물 치료나 주사 치료, 물리 치료 등 보존적 요법을 시행할 수 있지만, 이미 괴사가 상당히 진행돼 대퇴골두가 붕괴되고 관절염이 심해진 말기(3,4기)라면 손상된 관절을 제거하고 인체에 무해한 인공물로 대체하는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이 불가피하다. 최근에는 의료 기술의 발달로 최소 절개법을 적용해 근육 손상을 줄이고 회복 속도를 높이는 수술이 가능해져 고령 환자나 만성 질환자도 안전하게 수술 받을 수 있다.

연말연시 잦은 음주는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액 순환을 방해해 고관절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될 수 있다. 특별한 외상없이 사타구니나 엉덩이 쪽에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양반다리 자세가 힘들다면, 지체하지 말고 정형외과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본래의 관절을 보존할 확률이 높아진다.

파주 달리자병원 최승민 대표원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