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파라다이스 스파도고 캐빈파크는 가족의 1박을 매우 ‘프라이빗’하고 ‘프리미엄’하게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바비큐를 잔뜩 먹은 아이들이 깊은 잠의 바다로 건너간 밤, 장작불이 핥아주는 ‘불멍’의 시간은 오롯이 엄마와 아빠의 몫이다.아산 | 양형모 기자

충남 아산 파라다이스 스파도고 캐빈파크는 가족의 1박을 매우 ‘프라이빗’하고 ‘프리미엄’하게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바비큐를 잔뜩 먹은 아이들이 깊은 잠의 바다로 건너간 밤, 장작불이 핥아주는 ‘불멍’의 시간은 오롯이 엄마와 아빠의 몫이다.아산 | 양형모 기자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햇살,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완벽한 봄날의 여유를 한 줌이라도 더 누리고 싶어 충남 아산 파라다이스 스파도고 캐빈파크로 떠났다.

캐빈파크는 직사각형의 듬직한 철제 캐빈 50여 동이 모여 있는 ‘프라이빗’하고 ‘프리미엄’한 공간이다. 평일 방문에는 특권이 따르는 법. 북적은 커녕 공기마저 고즈넉하다. 배정받은 E-5동의 문을 열었다. 투박한 겉보기와 달리 내부는 아늑함 그 자체. 냉장고부터 전자레인지, 밥솥, 에어컨까지 테트리스의 달인이 꾸민 듯 오밀조밀하다. 한쪽은 더블, 다른 쪽은 싱글 사이즈 2층 침대. 침대 위 칸에는 앙증맞은 TV가 매달려 있다. 애들 놀아주기에 지친 엄마, 아빠의 완벽한 은신처다.
침실, 주방이 왼쪽, 오른쪽의 작은 공간이 식당이다. 캐빈 앞에는 화로대와 바비큐 그릴이 설치돼 있다.

침실, 주방이 왼쪽, 오른쪽의 작은 공간이 식당이다. 캐빈 앞에는 화로대와 바비큐 그릴이 설치돼 있다.


특이하게도 휴식 공간과 식사 공간이 분리돼 있다. 침실과 주방이 있는 메인 캐빈 옆에 별도의 식당이 바짝 붙어 있다. 식당에는 6인용 넉넉한 테이블과 의자, 냉난방을 책임지는 에어컨까지 완비했다. 고기 굽는 냄새의 침실 침입을 원천차단하겠다는 설계다.

건물 바깥(정원이라고 해야 할지도)에는 바비큐 그릴과 불멍을 위한 화로대가 대기 중. 별도 요금을 내야 하지만, 캐빈까지 와서 바비큐와 불멍을 생략하고 잠만 자는 건 직무 유기다. 무조건 추천한다. 웰컴센터에 연락해 4인용 돼지고기 세트를 주문했다. 돼지목살, 소떡소떡, 새우, 신선한 채소에 옛날 도시락과 컵라면까지 더해진 알찬 구성이다.

석쇠 위에서 돼지 목살이 지글지글 익어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비큐 타임은 아빠들이 모처럼 어깨에 힘 좀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석쇠 위에서 돼지 목살이 지글지글 익어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비큐 타임은 아빠들이 모처럼 어깨에 힘 좀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빠들은 불 피울 걱정할 필요 없다. 미리 얘기해 놓으면 시간에 맞춰 직원이 방문해 프로의 솜씨로 바비큐 그릴 숯불과 화로대 장작에 불을 피워준다. 오후 6시, 직원이 숯불을 피워주고 돌아갔다. 2시간 뒤에는 불멍을 위한 장작에 불을 붙이기 위해 재방문 예정이다. 잔뜩 성질을 냈던 숯불이 잦아들며 발갛게 숨을 쉰다. 고기를 올려줄 시간이다. 촤아아! 일회용 석쇠에 두툼한 돼지 목살과 새우, 채소를 올리고 미리 냉장고에 넣어 둔 아산 생막걸리를 꺼내왔다.

멍때림의 최고는 역시 불멍. 장작이 빨갛게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머릿속의 서랍이 착착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멍때림의 최고는 역시 불멍. 장작이 빨갛게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머릿속의 서랍이 착착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모처럼 장작불을 피웠으니 마시멜로도 구워보자.

모처럼 장작불을 피웠으니 마시멜로도 구워보자.

오후 8시, 직원이 장작에 불을 지폈다. 본격적인 불멍 타임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만지작거리며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장작불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마음의 멍을 ‘멍’으로 빼는 시간. 일상에서 이리저리 긁히고 베인 마음의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를 붙이는 의식과도 같다. 일렁이는 불꽃을 두 시간 가까이 응시하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온갖 복잡한 상념이 떠오르기도 했고, 아무 생각 없이 머릿속을 비워낸 것도 같다. 옷에 은은하게 밴 나무 향만이 간밤의 시간을 증명해 줄 뿐이다.

파라다이스 스파도고의 실내 전경. 뭐니 뭐니 해도 이곳의 최고 장점은 국내 최고 수준의 유황온천수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파라다이스 스파도고의 실내 전경. 뭐니 뭐니 해도 이곳의 최고 장점은 국내 최고 수준의 유황온천수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다음 날, 아침을 먹고 스파로 간다. 캐빈파크 고객을 위해 스파 시설로 곧장 연결되는 별도의 라커룸 출입구가 마련돼 있어 동선이 매끄럽다.
스파도고의 모든 것은 그야말로 ‘잔잔’하다. 이곳에선 물과 시간뿐만 아니라 사람들마저 잔잔히 움직이고 있다. 외부에 있는 단 하나뿐인 워터슬라이드도 다른 스파에 비하면 얌전한 편. 유수풀의 물살마저 수줍게 흐른다. 배영 자세로 물 위에 둥둥 떠 하늘을 올려다보며 ‘물멍’을 즐기기에 딱 좋은 속도다.

잔잔히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고 물멍을 즐기기 좋은 유수풀.

잔잔히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고 물멍을 즐기기 좋은 유수풀.

파도풀 앞에 놓인 선베드들이 마치 설치미술처럼 보인다.

파도풀 앞에 놓인 선베드들이 마치 설치미술처럼 보인다.

이곳에서 가장 와일드한 구역을 꼽자면 야외 파도풀일 것이다. 일정 간격마다 쉬는 타임이 있는 경쟁 스파시설들의 파도풀과 달리 이곳의 파도풀은 쉬지 않고 파도를 뱉어낸다. 파도풀 앞에는 50여 개의 선베드가 일제히 물가를 향해 도열해 있다. 마치 파도를 감상하기 위한 관람석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여름철 풀파티가 열리면 객석으로 변신한다고 한다.

사실 이곳의 진짜 무기는 놀이 시설이 아니라 물 그 자체다.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도고온천의 유황온천수. 그렇다. 이곳은 온천인 것이다! 수질만으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곳. 마음 같아서는 한 모금 들이켜고 싶지만, 온천수는 피부에 양보하기로 했다. 대신 야외 아쿠아 바 앞 인피니티 스파에 몸을 담그고 상큼한 봄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셨다.

스파도고에는 또 하나의 어마어마한 반전매력이 있다. 바로 식당이다. 단언컨대 전국 수많은 스파 시설 중 음식만큼은 여기가 최고다. 오픈 주방 안쪽을 들여다보니 과연 요리사들이 머리 위로 길고 하얀 셰프 햇을 쓰고 있다.

이곳의 식당은 국내 스파 중 최고 수준의 음식 퀄리티를 보여준다.

이곳의 식당은 국내 스파 중 최고 수준의 음식 퀄리티를 보여준다.

메뉴 라인업도 화려하다. 기본기가 탄탄한 전통 육개장(1만1000원)과 기장 미역국(1만4000원). 실패 없는 베이컨 김치볶음밥(1만1000원)에 백짬뽕(1만5000원)과 부산오뎅우동(1만2000원), 차돌숙주라면(1만 원)까지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새롭게 추가된 시즌 메뉴에도 눈이 간다. 스파 식당에서 흑임자 보리 리조또(1만7000원)와 검은콩 크림 파스타(1만6000원)를 내놓고 있다니!

화로대 앞에서 불멍, 유황온천수 유수풀에서 물멍, 여기에 기대 밖의 미식까지. 구겨지고 주름졌던 일상을 뜨끈한 다림질로 싹 펴고 돌아올 수 있는 곳이다. 아, 참 좋다. 여기가 파라다이스로구나.

[여밤시] 여행은 밤에 시작된다. 캐리어를 열고, 정보를 검색하고, 낯선 풍경을 상상하며 잠 못 드는 밤. 우리들의 마음은 이미 여행지를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