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도서출판 비엠케이가 파리 골목길의 숨은 미술 공간을 조명하는 신간 ‘눈은 도시를 걷고, 마음은 예술을 본다’를 6월 8일 출간한다. 이 책은 저자가 프랑스 파리에 약 2년 반 동안 머물며 기록한 예술 에세이다. 대중에게 친숙한 대형 미술관을 벗어나 작은 유리문 너머에 있는 동시대 예술의 현장을 생생하게 안내한다.

책은 마레 지구부터 생 제르맹, 마티뇽, 벨빌, 호맹빌 등 파리 구석구석에 위치한 다채로운 갤러리들을 다룬다. 현지 미감을 대표하는 ‘템플롱’과 사진 전문 공간 ‘폴카 갤러리’, 미술과 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봉 랑베르’를 포함해 페로탕, 갈레리아 콘티누아, 알민 레쉬 등 세계적 명성을 지닌 공간들이 대거 등장한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현장 사진과 관계자 인터뷰를 수록해 읽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파리 현지에서 만나는 한국 미술의 정체성도 함께 짚어낸다. 이응노 화백의 작품을 소장한 ‘갤러리 바지우’를 비롯해 김민정 작가 등 타국에서 빛나는 한국 예술의 면모를 포착했다. 과거 이응노 화백이 남긴 “나는 동양화를 하니까 서양에 가는 것이고, 너는 서양화를 하는 사람이니까 동양으로 가야 해”라는 명쾌한 발언을 빌려 이질적인 문화가 융합되는 순간의 가치를 전달한다.

저자는 예술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학과 일상을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벨빌의 갤러리 마르셀 알릭스를 방문할 때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 오디오북을 들으며 공간의 성격을 입체적으로 음미하는 식이다. 대중이 흔히 느끼는 미술 공간에 대한 진입 장벽도 낮춰준다. 문 앞에서 주저했던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간다.

책 속에는 “작가를 잘 알지 못해도, 모든 설명을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라는 격려와 함께 예술을 대하는 신선한 시각이 가득하다. 저자 최보영은 국어국문학과 예술사학을 전공하고 예술학 석사를 마친 미술 저술가이자 갤러리스트다. 갤러리 기체와 경남도립미술관을 거쳐 현재 파리 갤러리 바지우에서 한국 미술 디렉터로 재직 중이며 2025 KIAF 서울에서 해당 갤러리 부스를 총괄하기도 했다.

화려한 관광지에 매몰되지 않고 도시 고유의 로컬 생태계를 천천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묘한 흡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교차하며 파리의 숨은 예술 지도를 완성해낸 저자의 집요한 기록 방식이 무척 흥미롭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