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과학기술의 발전과 기후위기 속에서 방황하는 미래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워크맨’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극단 예술창작공장 콤마앤드는 6월 25일부터 7월 5일까지 씨어터 쿰에서 이 작품을 재연한다. 2025년 초연 당시 현대인의 노동과 정신건강 문제를 독창적으로 다뤄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부제가 ‘걷지 않고 일하지 않아 발생한 비극에 관하여’인 이 작품은 주 3일, 하루 3시간 노동이 정착된 2060년 서울을 배경으로 삼는다. 첨단 기술로 인해 노동 시간은 줄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삶의 목적을 잃고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린다는 설정을 담았다. 이상기후로 날씨가 수시로 바뀌고 로봇이 일상에 깊이 침투한 이 사회에서 우울장애는 감기나 당뇨병처럼 흔한 질환으로 취급된다.

이번 공연은 정신질환을 겪는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를 더욱 상세하게 그리며 인간의 소외와 단절을 표현한다. 초연에 참여해 공허한 노년을 연기했던 배우 전국향이 기대수명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진 시대에서 의욕을 잃고 사는 103세 노인 최미연 역으로 다시 출연한다. ‘워크맨 운동’을 이끄는 신경정신과 의사 김민준 역에는 배우 남동진이 새롭게 합류해 극을 이끈다.

유전성 중증 우울증을 가진 김민준의 딸 김시트왓설린 역은 배우 임지영이 새로 맡았다. 이와 함께 ADHD로 사회생활에 난항을 겪는 민도윤 역은 민대식, 불면증과 기억력 저하에 시달리는 한유리 역은 정유미가 연기한다. 한국과 베트남 혼혈로 정체성을 고민하는 응웬하니 역에는 이지영,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로봇 수리기사 정하루 역에는 임진구, 안드로이드 로봇 알마 역에는 송예준이 무대에 나선다.

이번 작품은 2025 한국연극 ‘올해의 베스트 7’을 수상한 이태린 연출가와 최양현 작가가 다시 손을 잡고 선보이는 SF 블랙코미디다. 이태린 연출가는 “SF연극 중에서도 과학기술사회학(STS)의 관점으로, 미래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우울과 불안, 노동과 소외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작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김준옥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의 의학적 자문을 거쳤으며, 공연이 끝난 뒤에는 전문의와 관객이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