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디오 지브리展 in Jeju’에 설치된 코다마 조형물. 사진제공 대원미디어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섬 전체가 거대한 초록빛 동화로 물든다. 지브리의 마법이 제주의 바람을 타고 찾아온다.
세대를 거듭하며 전 세계인의 마음을 두드린 스튜디오 지브리의 명작들이 7월 11일 제주도에서 새로운 문을 연다. 1980년대에 ‘미래소년코난’과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보고 자라며 푸른 꿈을 설계했던 소년들은 이제 50대의 중장년이 됐다.
1990년대와 2000년대의 명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마루 밑 아리에티’에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던 이들은 어느새 30대와 40대의 사회 주역으로 우뚝 섰다.
최근에는 극장 재상영과 재개봉이라는 통로를 거치면서 10대와 20대의 젊은 세대는 물론이고 아직 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미취학 아동들까지 지브리의 독창적인 세계관에 매료됐다.
어린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전 연령대가 함께 향유하고 공감하는 독보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개막을 앞둔 ‘스튜디오 지브리展 in Jeju’. 사진제공 대원미디어
현재 일본 현지에서는 지브리의 유산을 상설로 선보이는 대표적인 공간 두 곳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제주의 무대는 본고장의 오리지널 전시 시설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탄탄한 구성과 한국 관람객만을 위한 특화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워 기대를 모은다.
메인 전시장 면적은 약 3300㎡ 규모에 달하며 지브리의 역사적 아카이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각 작품의 내밀한 분위기와 고유한 정취를 고스란히 담아내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세계관 속에 동화되도록 유도한다.
일본 현지 공간들과는 차별화된 기법으로 특유의 따스한 감성을 풀어내며 오직 제주 전시장만의 독자적인 관람 환경을 선사할 예정이다.
지브리 팬들의 오랜 성지이자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숨결이 깊게 닿은 첫 번째 공간은 도쿄도 미타카시에 위치한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이다.
2001년 개관한 이곳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직접 건축의 세부 디자인 작업까지 참여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전체 규모는 약 3960㎡ 크기의 단독 건물로 이루어졌으며 이번에 한국에 문을 연 제주 전시장과 규모 면에서 매우 흡사하다.
이 미술관은 ‘미아가 되자! 함께!’라는 고유한 기치 아래 설계된 흥미로운 건축물이다. 내부에 고정된 관람 동선이 전혀 존재하지 않아 미로 속을 탐험하듯 관람객이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특권을 부여한다.
감독의 치열했던 창작 여정과 예술적 고뇌를 가장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어 수많은 해외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미술관 내부에 마련된 토성극장에서는 오직 이곳에서만 독점으로 상영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 하늘을 향해 당당하게 선 3m 높이의 ‘천공의 성 라퓨타’ 로봇 병사상은 미술관의 가장 상징적인 대표 포토스팟으로 유명하다.
기념품 상점에는 미술관 오리지널 한정판 굿즈가 즐비해 수집가들의 마음을 강하게 유혹한다.

일본 아이치현 사랑·지구박기념공원(모리코로파크) 북문 입구. 사진출처 지브리파크 홈페이지
전체 면적만 약 198만㎡에 달하는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며 자연과 숲을 보존한다는 지브리의 친환경 철학을 충실하게 따른 곳이다.
인위적인 개발을 철저히 지양하고 울창한 대자연의 풍경 속에 건축물이 부드럽게 스며들도록 총 5개 구역으로 공간을 분할했다. 가장 인기가 높은 실내 전시장 ‘지브리 대창고’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이웃집 토토로’, ‘천공의 성 라퓨타’, ‘마루 밑 아리에티’ 등 지브리를 빛낸 다수의 입체 조형물을 한데 모았다.
‘청춘의 언덕’ 구역은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과 ‘고양이의 보은’의 풍경을 생생하게 선사한다.
토토로의 시골집을 현실에 재현한 ‘돈도코 숲’과 ‘모노노케 히메’의 원시 자연을 품은 ‘모노노케 마을’도 방문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마지막 구역인 ‘마녀의 계곡’은 실제 크기와 흡사하게 특수 제작된 거대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마녀 배달부 키키’ 속 단골 빵집을 직접 조우하는 특별한 기쁨을 준다.
이 방대한 구역을 모두 체험하려면 하루의 시간을 꼬박 할애해야 한다. 더운 여름철에는 구역 간 이동 거리가 길어 자외선을 막아줄 양산이 필수적이다.

지브리 미술관에서 판매 중인 굿즈와 로봇병사. 사진출처 지브리 미술관 홈페이지
건축물과 고유 오브제, 아름다운 사운드와 영상미를 중첩되게 배열해 관람객이 일방적인 시각적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 속 우주에 직접 녹아들도록 만든다.
일본 현지에서조차 절대 볼 수 없는 특별한 조형 전시품들이 한국 관객들만을 위해 최초로 제작됐다. 어린이 10명이 한꺼번에 들어가도 끄떡없는 거대한 토토로 버스는 실제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 촉감을 고스란히 살린 특수 재질로 외벽을 정교하게 감쌌다.
공중에 웅장하게 떠 있는 5m 높이의 ‘천공의 성 라퓨타’ 비행선도 압도적인 위용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일본 지브리파크에서도 구현된 적이 없었던 ‘모노노케 히메’ 속 사슴 정령의 신비로운 변신 과정을 역동적인 연출로 시각화해 제주의 밤을 아름답게 수놓을 준비를 마쳤다.
수많은 이들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에 등장하는 기묘하고 화려한 음식점 거리 역시 완벽한 고증을 거쳐 현실의 세밀한 인테리어로 재현해냈다.
전시장과 이웃한 공간에 아기자기하게 마련된 ‘코리코카페’는 관람을 마친 관객들이 마음에 남은 여운을 다독이는 아늑한 정거장 역할을 맡는다.
지브리 작품들이 언제나 일관되게 강조해왔던 소박한 일상성과 따스한 정서, 그리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작은 쉼표라는 정취를 공간 전체에 녹여냈다.
카페 바로 옆에 위치한 상점 ‘도토리숲’에서는 지브리의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한 공식 캐릭터 상품들과 희소성 높은 다채로운 아트 굿즈들을 풍성하게 진열해 소비자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번 제주 전시를 기획하고 유치한 대원미디어 측은 결과물에 대해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대원미디어 관계자는 “제주도 전시장은 일본을 포함해도 지브리 원작의 세계를 가장 잘 떠올릴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전시장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일본행 비행기 표를 예매하기 위해 무리하지 않고도 지브리의 핵심 정수를 온전하게 음미할 수 있는 제주도는 올여름 지브리 팬들에게 대체불가의 여행지가 될 것 같다.
발권과 환전 절차는 생략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불멸의 판타지가 남쪽 섬 제주에 기습처럼 당도했다. 여권없이 고양이 버스에 탑승할 시간.
환대의 문은, 이미 활짝 열렸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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