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삼은누구?복싱중흥꿈꾸던‘비운의챔프’

입력 2008-01-10 11: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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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에 서면 상대를 압도하는 챔프였지만 “맞는 게 두렵다”, “피 냄새가 싫다”라는 인간적인 고뇌를 일기장에 썼다. 챔프는 또 “밀리면 죽는다. 벼랑 끝 승부라고 생각하겠다”며 승부세계의 치열함을 얘기했다. 생전에 복서로서의 괴로움을 일기를 통해 토로했던 고(故) 최요삼. 그는 복싱에 살고 복싱에 죽은 진정한 ‘영원한 챔피언’이었다. 73년 전북 정읍에서 고(故) 최성옥씨와 오순희씨의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최요삼은 중학교 1학년 때 둘째형 요석씨가 운동 삼아 다니던 용산의 체육관에 따라갔다가 복싱과 인연을 맺고 아마추어 복서의 길로 접어들었다. 남다른 근성과 작은 체구답지 않게 강펀치로 이름을 날리다 프로 선수로 전향한 스무 살 때인 93년 7월. 데뷔 후 94년 프로신인왕을 비롯해 13연승하며 잘나가던 최요삼은 95년 자신만만하게 한국 라이트 플라이급 타이틀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판정패. 하지만 한 번의 패배는 오히려 약이 됐다. 오뚝이처럼 일어서 다시 샌드백을 두드린 최요삼은 이듬해 동양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며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그러나 갑자기 불어닥친 IMF사태. 복싱이 급격히 쇠락했고 배고픈 복서 최요삼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벗을 수 없는 글러브. 주변에서 복싱을 외면할 때도 그는 묵묵히 힘든 복서의 길을 걸었다. 99년 10월17일 사만 소루자투롱(38·태국)을 판정으로 꺾고 세계복싱평의회(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이 됐다. 꿈에 그리던 세계챔피언. 하지만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3년간 치른 방어전은 고작 4차례. 한때 세계타이틀에 도전만 해도 한몫을 챙기던 복싱이었지만 당시 최요삼에게 세계챔피언 밸트는 ‘배고픈 영광’뿐이었다. 2002년 7월 4차 방어전에서 호르헤 아르세(29·멕시코)에게 져 타이틀을 잃은 최요삼은 2003년과 2004년 잇따라 정상탈환에 도전했지만 거푸 좌절하고 말았다. 배고프고 힘든 권투를 포기할까 고민했지만 어려울 때 그와 함께하고, 그의 곁을 지켜줬던 지인들을 배신할 수 없어 그는 다시 링에 올랐다. 2006년 12월 재기전부터 다시 승승장구했고 지난해 9월 세계복싱기구(WBO) 플라이급 인터콘티넨탈 챔피언에 올랐다. 내년 4월 미국에서 세계챔피언에 다시 오른 뒤 명예롭게 은퇴해 ‘선수들을 위하는 프로모터’를 꿈꾼 최요삼. 하지만 그 꿈은 모든 사람이 행복을 기도하는 크리스마스에 무너지고 말았다. 도전자 헤리 아몰(25·인도네시아)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고 쓰러졌던 최요삼은 곧 일어나 승리를 확인한 뒤 다시 눕고 말았다. 그리고 조용히 “이제 글러브를 풀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그 말은 그의 유언이 되고 말았다. 복싱 중흥을 위해 서른네 살의 많은 나이에도 링에 섰던 최요삼. 이제 그는 글러브를 벗고 9명에게 귀한 새 생명을 선물한 뒤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김종력기자〉 - 경향신문이 만드는 生生스포츠! 스포츠칸, 구독신청 (http://smile.khan.co.kr) -ⓒ 스포츠칸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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