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사상 최초로 500만 관중을 향해 달려가며 웃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극장가는 쓸쓸한 눈물을 쏟고 있다. 극장을 가득 메웠던 그 많던 관객은 다 어디에 갔을까.
수도권을 제외한 최대 영화시장 부산에서 그 의문에 대한 정답은 야구장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3월 29일 개막한 이후 4월 30일까지 100만 관중을 동원했다. 특히 롯데의 홈구장 사직구장은 13경기 중 7번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반대로 영화는 울상이다. 4월에 100만 이상 관객을 기록한 영화는 ‘테이큰’과 ‘삼국지 용의 부활’ 단 2편. 5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도 ‘포비든 킹덤’, ‘GP506’을 더해 단 4편 뿐이다. 아무리 비수기라지만 참담한 성적이다.
국내 최대 규모 멀티플렉스로 전국에 95개 극장 737개 스크린을 갖고 있는 CGV는 최근 비상이 걸렸다. 부산의 관객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 CGV 관계자는 “부산 관객이 너무 급격히 줄어 깜짝 놀랐다. 다른 지역 극장도 프로야구가 라이벌구단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큰 영향을 받는다”며 “과거 프로야구가 남성 관중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연인, 가족 단위가 많기 때문에 극장과 직접적인 경쟁상대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프로야구는 대부분 경기가 케이블 방송으로 중계되고 있어 그 파급효과는 더 크다. 영화진흥위원회집계결과 1∼3월 1분기 관객 수는 지난해와 비교, 5.3하락했다. 아직 정확한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프로야구 개막 후 눈에 띄게 관객이 줄어들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본다.
나이키의 경쟁상대가 아디다스가 아닌 닌텐도인 것처럼 이제 한국영화의 경쟁상대는 해외영화가 아닌 스포츠, 레저라는 점이 실감나고 있다. 특히 8월 개막되는 베이징올림픽,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진출팀이 가려지는 가을에는 영화시장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호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