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Black&White]亞최대격전지‘LG배’만해마을반상달군다

입력 2008-05-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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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보다가 “어, 벌써 LG배야?”하고 놀랐습니다. 세월 참 빠릅니다. 이세돌과 한상훈이 격돌해 ‘세계 바둑사상 초유의 최강 9단과 초단의 결승 대결’이라며 ‘와와!’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달콤한 휴식기간이 어느덧 끝나고 새로운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LG배는 국제대회 중에서도 상당히 ‘글로벌’한 기전으로 꼽힙니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한국이 우승을 싹쓸이 하다시피 해 온 다른 기전들과 달리(대회 20번에 한국이 13번 우승한 후지쯔배를 생각해 보세요) LG배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골고루 우승컵을 챙겨간 데다 무엇보다 ‘변방의 바둑국’ 취급을 받던 대만이 2007년 우승했다는 거죠. 이 우승으로 저우쥔신 9단은 대만의 영웅이 되었습니다(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는 얘기가 있죠). 지금까지 12번의 LG배에서 한국은 7번 우승했습니다. 여기에 중국이 2번, 일본이 2번입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기사들끼리 내리 4년 연속 우승을 하며 ‘에헤라디야’했지만 2005년부터는 장쉬, 구리, 저우쥔신이 차례로 우승해 ‘한국바둑 위기설’ 태동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난 대회에서는 결승에 한국기사들이 나란히 올랐고, 2007년 세계바둑 최강자 이세돌 9단이 우승해 이런 ‘씰데 없는 소리’들을 한 방에 일축시켜 버리긴 했습니다만. 새로 시작되는 13회 대회 역시 신수가 훤한 편입니다. 본선에 오른 32강 중 16석을 한국이 차지했으니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입니다. 한국선수들이 많은 것은 특혜를 주어서가 아니라 국내외 기사들이 평등하게 겨룬 통합예선에서 한국기사들이 선전을 한 덕입니다. 중국 역시 11명의 기사가 32강에 나와 ‘타도 한국’의 기치를 번쩍 들 태세입니다. 반면 통합예선에서 ‘전원 사망’한 일본은 국가시드 4장만을 들고 초라하게 본선의 문을 들어섭니다. 32강전(26일)과 16강전(28일)은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에 소재한 백담사 만해마을에 가서 치른다고 합니다. 결승전, 4강전도 아니고 무려 32명의 선수들이 버스를 타고 먼 지방으로 이동해 대회를 갖는 것도 처음의 일입니다. ‘침묵의 시인’ 만해 한용운 선생과 ‘침묵의 게임’인 바둑. 어울릴 듯 말 듯한 만남이로군요.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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