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오브드림]선두타자를보면팀의색깔이보인다

입력 2008-05-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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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선두타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선두 타자로 박재홍을 기용하기도 한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주로 중심타선에 투입이 됐던 선수라 조금은 다른 느낌을 준다. 일단 선두타자 최고의 덕목은 높은 출루율과 도루를 감행할 수 있는 빠른 발을 꼽아왔다. 거기에 투수로 하여금 많은 공을 던지게 해서 후속 타자들이 투수의 공을 관찰하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본인도 볼넷 등을 얻어 출루할 기회를 높이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다. 내셔널리그의 경우 영리한 1번 타자는 보통 9번 타순에 포진한 투수들이 아웃당하고 덕아웃으로 돌아올 때 의식적으로 타석에 천천히 들어가 투수들이 숨돌릴 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메이저리그에는 3가지 유형의 선두타자가 있다. 첫째는 바로 위에 언급된 전통적 의미의 타자들이다. 보스턴의 자코비 엘스베리, 다저스의 후안 피에르, 에인절스의 숀 피긴스 같은 타자들이 그들이다. 모두 준수한 출루율에 많은 도루를 성공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둘째, 빠른 발은 없지만 출루율이 높은 타자들이다. 1980년대 중후반의 타격왕 보스턴의 웨이드 보그스 같은 타자들이다. 18년간 뛰면서 통산 출루율은 0.415지만 도루는 24개만을 기록했다. 현재 피츠버그의 프레디 산체스, 캔자스시티의 데이비드 데헤수스, 탬파베이의 이와무라 아키노리, 누굴 기용하든 오클랜드의 1번 타자들도 그런 유형에 가깝다. 마지막 경우는 색다르다. 출루율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펑펑 장타를 터뜨리며 투수를 압박하는 타자들이다. 시카고 컵스의 알폰소 소리아노, 디트로이트의 커티스 그랜더슨과 같은 선수들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선두타자를 보면 그 팀의 특징이 많이 파악된다. 스피드를 거의 무시하고 출루율과 한방을 노리는 오클랜드, 엘스베리가 등장하기 전까지 보스턴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장타자들이 즐비한 컵스나 디트로이트는 경기 시작부터 상대 팀에 장타의 압박감을 주기 시작한다. 물론 팀내에 마땅한 전통적 의미의 1번 타자감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장 근접한 선수를 배치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팀 색깔이 선두타자를 통해 나타나는 것은 숨기기가 어렵다. 공격의 첨병 1번타자를 통해 팀 특성을 파악하고 전체 공격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며 바라보는 야구는 한결 더 흥미로울 수 있을 것이다. 송 재 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인생은 돌고 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다.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을 돌아가더라도 평안함을 주는 무엇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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