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에서 베이징의 밤하늘을 폭죽으로 수놓은 ‘거인의 발자국’을 실제가 아닌 사전에 조작된 컴퓨터 그래픽 영상으로 방송해 짝퉁 파문이 일었던 베이징 올림픽이 이번에는 립싱크 파문에 휘말렸다.
지난 8일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전 세계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자 어린이의 노래가 가짜였다고 천치강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음악총감독이 밝혔다. 빨간색 드레스 차림의 린 어린이는 지난 8일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오성홍기가 입장할 때 ‘거창쭈궈’를 열창, 중국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날 이후 이 소녀는 중국에서 단숨에 인기스타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실제 목소리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고 그는 붕어처럼 입만 벙긋한 것이다. “린 먀오커는 생김새가 귀여워 뽑혔으며 노래는 한 구절도 부르지 않고 흉내만 냈다. 노래를 부른 주인공은 천사의 목소리를 가졌지만 이빨이 너무 못생겨 개막식 무대에 어울리지 않았던 7살짜리 양 페이 어린이였다”고 천치강 음악총감독은 털어놓았다. 그는 “양 어린이가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것은 우리가 올바른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었기 때문이며 우리는 국가를 위해서 무엇이 최선인가를 고민했다”고 그는 말했다.
천 총감독은 “린 어린이가 이런 면에서 뛰어났다. 그러나 목소리만 보면 양 어린이가 완벽했다고 우리는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번 개막식을 총 연출한 장이머우 감독과 천 음악 총감독은 영화의 스턴트맨을 쓰듯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비주얼을 고려해 립싱크를 했지만 그 발상이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이어서 앞으로 문제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외모차별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발언인데다 목적을 위해 올림픽이 원하는 순수성을 외면한 결과였기에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