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최고령 출전선수는 호케쓰 히로시(67·일본)였다. 이안 밀러(61·캐나다)와 함께 승마출전 선수 가운데는 환갑을 넘긴 선수가 둘이나 있었다. KRA한국마사회 승마단 박재홍(43) 감독은 “승마는 주로 40대에 전성기를 맞는다”고 했다.
30년간 말을 탄 박 감독. “이제야 인마일체(人馬一體)에 대해 좀 알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승마는 시상대 위에 감독과 기수, 말, 그리고 말 관리자가 함께 올라간다. “살아있는 말과 혼연일체가 되기 위해서는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제는 술 마신 다음날이면 말이 귀신같이 알아차릴 정도.
전재식(41) 코치는 28년간 말을 탔다. 처음에는 ‘사랑’을 배웠다. 말이 무조건 예뻤다. 말을 좀 알게 되자 말을 다그쳤다. ‘체벌’의 시기. “20년을 타고서야 ‘관용’을 배웠다”고 했다. 이제는 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이해하고 또 베푼다.
“앞으로 무엇을 더 배울지 모른다”는 말에서 고수의 풍모가 느껴졌다. 허준성(31), 김성수(26)처럼 승마경력 20년을 넘기지 못한 선수들은 명함도 못 내민다. “승마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미소로 답할 뿐.
전재식 코치는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2006도하아시안게임에서 고(故) 김형칠 선수가 유명을 달리할 때 전 코치는 현장에 있었다. 둘은 마지막 룸메이트였고, 친형제 같은 사이였다.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든 상황이라 전 코치는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년 뒤, 형이 묻힌 국립묘지에 가서 메달을 바치겠다”는 애절한 마음. 말과 함께 관용을 배운 전 코치라면, 충분히 그 마음을 말에게 전할 수 있지 않을까.
과천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