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큰잔치>‘두번째어깨부상과수술’시련에마주선심재복

입력 2009-02-14 08:2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죽겠네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코트를 쉴새 없이 누비다가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됐으니 몸이 근지러울만도 했다. 하지만 다음 주 오른 어깨 수술을 앞둔 터여서 아무리 의욕이 넘쳐도 코트에는 설 수 없다. 한 차례 부상 뒤 또다시 찾아온 큰 시련이다. 한국 남자핸드볼국가대표팀 센터백 심재복(22.한체대)이 내주 초 수술대에 오른다. 심재복은 지난 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인천도시개발공사와의 2009SK핸드볼큰잔치 남자부 예선리그 B조 1차전에서 선발출장했지만, 오른쪽 어깨가 탈구돼 연골이 찢어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심재복은 전반 중반 중앙 수비진 사이로 돌파 후 슈팅을 시도하기 위해 높이 뛰어오르다 코트로 넘어지며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응급치료를 받고 경기 후 찾은 병원에서는 수술 후 6개월 이상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심재복은 고개를 떨궜다. 그가 다친 오른쪽 어깨는 지난 2007년 이미 한 차례 수술을 받은 바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 8월 마케도니아에서 열린 세계 남자주니어선수권대회 대표로 참가한 심재복은 귀국 후 출전한 추계대학연맹전에서 처음으로 오른쪽 어깨가 탈구되며 인대를 크게 다쳤다. 주니어선수권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며 기대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던 때여서 마음고생은 컸다. 하지만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실업팀 입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을 내려놓아야 했던 큰 형, 큰 아들이 겪은 아픈 기억을 채 잊기도 전에 둘째 아들까지 부상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붉힌 부모님, 제자의 부상에 누구보다 마음 아파했던 정형균 한체대 교수 겸 감독 등에 대한 생각이 그를 다시 코트에 서게 했다. "수술 뒤에는 핸드볼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운동을 계속했는데 결국 다시 복귀하게 됐죠." 심재복은 피나는 재활 끝에 2008 전국체전에서 부활을 알렸고, 마케도니아 주니어대회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던 최태섭 감독은 2008년 10월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그를 성인무대로 불러들였다. 이후 그는 팀의 막내로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임했지만, 독일 전지훈련 뒤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있은 연습경기에서 다시 오른쪽 어깨가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다. "어깨가 빠지기는 했는데 금방 들어가서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운동을 계속했어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약간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는데 워낙 골이 잘 들어가 아픈 것을 잊게 되더라고요." 지난 1월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국제핸드볼연맹(IHF) 남자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심재복은 센터백으로는 비교적 단신인 173cm의 키에도 불구하고 예선 1차전 크로아티아전에서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를 활용해 자신보다 20cm나 큰 상대 선수를 뚫고 5골을 터뜨려 단숨에 대회에 참가한 핸드볼 관계자 및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심재복은 본선 11~12 순위결정전이었던 마케도니아전까지 9경기를 소화하며 자신의 기량을 과시했고, 1월 31일 귀국 후 소속팀 한체대에 복귀했다. 그러나 의욕을 앞세운 연이은 강행군이 결국 큰일로 번지고 만 것이다. "어깨 연골이 찢어져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요. 2007년 첫 수술 뒤 부상 재발 방지 차원에서 개인 재활운동도 열심히 해왔는데 결국 이렇게 됐네요. 마음 같아서는 이번 대회를 치르고 수술하고 싶은데 핸드볼을 더 하고 싶으면 무조건 쉬어야죠." 내주 초 수술을 받는 심재복은 오는 9월까지 안정을 취하며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후에도 경기에 나서 정상적인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3~4개월 간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2010년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올림픽 출전을 내심 기대했던 심재복에게는 아쉬움이 크다. 오는 5월로 예정된 국가대표 훈련소집에 참가가 유력했지만 부상으로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태극마크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경쟁의 연속인 소속팀에서의 입지를 지켜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말 아까운 시간이에요. 병원 지시를 잘 따르고 빨리 코트에 설 수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어요. 팀(한체대)에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좋은 선수들이 많아 복귀해도 제 자리가 없어질까 걱정도 되고요. 빨리 나아서 팀에 돌아가 죽도록 연습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는 것 같아요." 이날 경기에서 한체대는 최태섭 감독이 이끄는 성균관대와의 혈전 끝에 21-21 무승부를 거뒀다. 한체대는 전반전을 11-10, 1점차로 리드하며 마쳤고 후반 중반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갔지만, 주포 심재복의 부재 속에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결국 한체대는 경기 종료 11초를 앞두고 성균관대에 7m던지기를 허용해 통한의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골대 뒤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을 펼치던 심재복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선수단 버스에 올랐다. "최태섭 감독님 앞에서 멋지게 성균관대를 이기고 싶었는데 다쳐서 뛰지 못해 아쉬워요. 하지만 복귀 후 다시 성균관대와 만나면 꼭 이길 겁니다." 향후 한국 남자핸드볼 부활을 이끌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두번째 큰 시련 앞에 마주 선 심재복이 예의 활기찬 모습으로 코트에 다시 설 날을 기다려 본다. 【서울=뉴시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