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여행’ 때 목소리를 내려고 2주 동안 말도 못했어요.”
늘 청량한 목소리로 기억되는 가수 원미연.
목소리도 피부처럼 어느 시점을 지나면 노화가 진행되지만 13년이 흐른 원미연의(사진) 목소리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음반 프로듀싱을 맡은 윤종신 씨가 ‘이별여행’ 때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2주 동안 말도 못 하게 했어요. 목에 좋다는 걸 챙겨주면서 그때의 목소리를 낼 수 없으면 녹음실에 발도 못 붙일 줄 알라고 하더라고요.(웃음)”
2주 동안 목소리 한 번 크게 못 내고 녹음한 곡이 원미연의 새 싱글 ‘문득 떠오른 사람’이다. 13년 만에 발표한 신곡은 갑자기 떠오른 옛 연인에게 따뜻한 추억을 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에게 전부였던 사람 모질게 미워했던 사람/그 모든 눈물이 단 한사람 때문이었는데/세월이 가려준 한 사람 이제는 고마운 한사람(중략)’이라는 노랫말과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저 같은 가수가 곡을 부탁하면 작곡가들이 고민을 해요. 사실 결혼한 40대 아줌마(?)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한정되잖아요. 김장훈 씨나 신승훈 씨나 사랑 노래를 하면 가슴에 와 닿는데 제가 애절한 사랑을 노래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거죠.”
윤종신은 원미연에게 ‘사랑’이 아닌 ‘그리움’을 노래하라고 주문했다. 그녀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어머니가 그립다” “어렸을 때 친했던 친구가 보고 싶다” “옛 연인이 떠오른다” 등의 감상을 보내고 있다. 원미연에게는 그리운 대상은 다름 아닌 남편이다.
“맞벌이 하는 사람들은 제 심정 이해할 거예요. 얼굴 맞대고 식탁에서 밥 먹는 일주일에 많아야 2∼3번이에요. 출근하는 뒷모습만 보고 퇴근해서는 잠자는 얼굴만 보고 잠드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남편을 떠올리면 가슴이 짠한 게 있어요.”
원미연은 연예인이라는 삶에 회의를 느끼고 1998년 돌연 부산으로 터전을 옮겼다. 8년 동안 부산방송 라디오 디제이로 활동하면서 TV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부산-서울을 왕복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라디오에서 만난 6살 연하 남편과 만나 2004년 결혼에 골인했고, 현재 다섯 살배기 딸 유빈이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결혼덕분에 행복하다는 걸 느껴요. 혼자일 때는 모든 걸 제가 감당했어야 했는데 이제는 남편과 함께 한다는 즐거움이 있네요.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안정된 기분이에요. 예전에는 작은 것에도 열 받고 그랬는데. 하하. 절 많이 정화시켜준 것 같아요.”
가정이 주는 행복함 때문일까. 원미연은 얼굴에 편안함이 묻어나왔다. 20대 때와 다름없는 동안(童顔) 외모도 눈길을 끈다. 비결을 묻자 원미연은 뚫리지 않는 귓볼을 보여주며 “성형을 안 해서 그런 것 같다”며 “요즘 TV를 보면서 위기감을 느끼지만 보톡스 그런게 참 싫다”며 웃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