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실패지만 계속 가면 경험이 된다” 바리톤 고성현의 숨 [신간]

입력 2022-09-05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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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현의 숨…노래와 인생, K-벨칸토
(고성현 저 | 현대문화)


흑백의 표지가 눈을 확 끈다. 무대에서 피를 토하듯 노래하는 고성현의 모습은 마치 고성현이란 인물의 60년 삶을 더 이상 가능할 수 없을 정도로 응축시킨 뒤 찰나의 나이프로 반 토막 낸 단면을 보는 듯 생생하고 뜨겁다.
클래식 음악 담당 기자를 하면서 고성현만큼 강렬하고 드라마틱한 바리톤을 만나보지 못했다. 무대 위의 고성현은 언제나 제왕이자 한 마리의 야수로 존재했다. 그는 무대를 완벽하게 지배했고, 관객의 마음을 움켜쥐었다. 그의 소리는 인간의 육체를 벗어나 극장 전체를 울림통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들렸다.

이 책은 고성현이 쓴 노래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마치 ‘숨을 쉬듯’ 솔직하고 담담하면서 울림이 있게 글을 썼다.
책의 사이즈가 좀 크다 싶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이 책의 후반부는 ‘고성현 노래집’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으로, 그가 애창하는 ‘좋은 노래’들의 악보가 실려 있다. 고성현은 “나를 기쁘게 만들었던 곡들”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노래집의 첫 곡인 ‘산아’의 경우 대학 시절 작곡과 선배 신동수가 쓴 곡으로 1983년 제3회 MBC대학가곡제에서 이들에게 대상과 최우수 가창상을 안겨준 노래이다.

‘고성현의 숨’은 일상과 삶을 담은 에세이와 성악 교과서의 중간 즈음에 놓인 책이다. 에세이처럼 쉽게 읽히지만 들숨과 날숨, 압뽀지아, 빠사지오, 스타카토, 좋은 발음 등 성악 마니아는 물론 전공자들에게도 금가루 같은 조언들이 가득하다.

4장 ‘고성현의 성악 인생’ 편도 고성현답다. 세계적인 성악가의 성공담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성공을 완성해가는 사람’의 이야기로 읽힌다. 각 글의 소제목과 같이 그는 ‘매일 빵 굽는 사람처럼’ ‘일상 속 체력관리’와 ‘복근 훈련과 비강 훈련’을 하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묻는다. ‘나는 그리고 당신은 왜 아직도 공부하는가’.

이 책에는 수십여 년 간 전 세계의 무대 위에서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무대의 먼지를 먹어가며) 살아온, 마치 현자 같은 고성현의 어록들이 반짝 반짝 빛난다. 이 어록들은 책을 읽는 동안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친절하게도’ 별색(파란색)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 중 몇 개만 소개한다.

“머리는 차가워야 하고 성대는 자연스러워야 하고 심장은 뜨거워야 한다.”
“성악의 매력은 바로 곰스런 된장처럼 좀 나이가 들어야 맛이다.”
“멈추면 실패요, 계속 가면 경험이 된다.”
“숨은 휘발유, 호흡은 엔진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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