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하는 축구’ 우리가 이런 월드컵을 언제 했었나? [남장현의 사바-할 카이르]

입력 2022-12-0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바-할 카이르’는 아랍어로 ‘좋은 아침’을 뜻합니다!

2022카타르월드컵에 출전한 축구국가대표팀은 아쉬움 속에서도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전력상 열세에도 주눅 들지 않고 매 경기 당당하게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H조에 편성됐을 당시부터 낙관론보다는 비관적 전망이 훨씬 많았다. 아르헨티나와 만난 사우디아라비아, 잉글랜드와 싸운 이란, 독일·스페인과 부딪힌 일본에 비해 아주 조금(?) 나아 보였지만 딱히 차이는 없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53·포르투갈)이 이끄는 대표팀은 1무1패, 승점 1을 기록 중이다. 우루과이와 1차전(11월 24일)에서 0-0으로 비긴 뒤 가나와 2차전(11월 28일)에서 2-3으로 석패했다. 이제 한 경기 남았다. 3일 0시(한국시간)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릴 포르투갈과 3차전이다. 그대로 귀국길에 올라 4년을 기다릴지, 녹다운 스테이지에서 세계적 강호들과 다시 경쟁할 수 있느냐가 걸린 운명의 승부다.

‘벤투호’는 지금껏 잘 싸웠다. 4년 내내 갈고 닦은 ‘우리 스타일’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공개했다. 상대에 따른 선수 구성은 다를지언정 ▲후방 빌드업 ▲전방위 압박 ▲빠른 공격·수비 전개 등 모든 면에서 좋은 인상을 남겼다.

2018러시아월드컵을 마친 뒤 벤투 감독 영입에 나섰던 당시 대한축구협회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현 말레이시아 감독)은 “리더십 등 매니저로서 기본 소양은 물론이고, 뚜렷한 철학과 비전을 가졌다. 인내하며 기다리면 한국축구를 한 계단 성장시킬 것”이라고 확신했는데, 이는 사실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가나전은 정말 대단했다. 전반에 허무하게 2실점한 대표팀은 후반 들어 전혀 다른 팀으로 변신했다. 거의 모든 지표에서 상대를 눌렀다. 우리는 540차례 패스를 시도해 477회를 성공시킨 반면 가나는 260회 성공(319회 시도)에 그쳤다. 0-2를 2-2로 만든 뒤 다시 2-3으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상대 위험지역까지 모두가 전진해 맹렬히 공세를 퍼붓던 장면은 역대 월드컵에선 볼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스타도 탄생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이강인(21·마요르카)과 베테랑 왼쪽 풀백 김진수(30·전북 현대)가 띄운 크로스를 돌고래처럼 껑충 치솟아 멀티 헤더골로 연결한 ‘K-킬러’ 조규성(24·전북)은 유럽 빅리그 빅클럽들의 큰 관심을 사고 있다. 특히 2번째 골 장면은 대회주관방송(HBS)이 끊임없이 송출하는 ‘원더골 시리즈’에 포함될 정도다. 수려한 외모까지 갖췄으니 금상첨화다.

‘벤투호’는 아직 배가 고프다. 이미 2연승으로 16강행을 확정한 포르투갈을 맞아서도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재성(30·마인츠)은 “정말 즐기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뛰고 싶다”고 말했다. 두려움 없이, 행복하게 뛸 ‘벤투 축구’의 결말이 궁금하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