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여왕 김혜선 기수의 ‘부경 3위’ 질주

입력 2023-03-1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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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선 기수

여성 첫 대상경주 우승 등 각종 기록
조교사 교육 받고 인생 2막 밑그림
경마는 여성의 진출이 쉽지 않은 분야이다. 경마가 태어난 서구에서도 여성 기수나 조교사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미국서는 1970년 켄터키더비 출전 최초의 여성기수 다이앤 크럼프, 1993년 최초 트리플 크라운 시리즈 우승 여성기수 줄리 크론 등이 대표적이다. 2015년에는 호주의 미셸 페인 기수가 세계 최고의 경마대회 중 하나인 멜번컵에서 대회 155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우승자로 탄생했다.

한국의 경우 1975년 3월에 기수 면허를 받은 이옥례 기수가 최초지만 6개월 만에 부상으로 은퇴하면서 본격적인 여성기수의 활약은 2000년대부터 시작됐다. 2001년 데뷔한 이금주 기수와 이신영 기수는 사실상 최초의 한국 여성기수로 꼽힌다. 이금주 기수는 은퇴 후 대학교수로, 이신영 기수는 2011년부터 첫 여성 조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20년이 지난 현재 서울, 부산경남, 제주 경마장에는 총 10명 내외의 여성기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기수는 부산경남서 활동하는 김혜선이다.

2009년 데뷔한 김혜선 기수는 2013년 여성 기수 첫 프리 선언, 2017년 여성 최초 대상경주 우승, 2021년 300승 달성, 2022년 하루 3개 국제교류경주 우승 등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의 각종 기록을 세웠다. 덕분에 ‘여자 경마 대통령’, ‘경마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특히 2017년 코리안 오크스 대상경주에서 여성 최초로 우승할 때는 단승 56배, 복승 475배, 삼복승 1만7274배의 고액 배당을 터트려 얼마나 어려운 경주를 승리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김혜선 기수는 또한 부산경마 1호 기수부부이다. 그는 2019년 6년 후배이자 8살 연하인 박재이 기수와 결혼했다. 김혜선 기수는 결혼 이후에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결혼 이듬해인 2020년 아이를 낳았지만, 출산 7개월 만에 경주로에 복귀해 뛰어난 성적을 거두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슬하에 4살짜리 아들이 있는 워킹맘이지만, 김혜선 기수의 최근 1년간 성적을 보면 부경기수 중 다승 7위(40승) 및 승률 7위(11.4%)로 탁월하다. 올해는 승률이 16.1% (부경 3위)에 달한다.

올해도 승승장구하던 김혜선 기수는 2월 초부터 한동안 경마장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조교사로서 인생 2막에 도전하기 위해 활동을 잠시 중지하고 조교사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또 가장 중요한 시기에 아들과 함께 할 소중한 시간도 가졌다. 김혜선 기수는 “내가 여성이라는 게 부각되기보다는 그저 기수로 불리며 차별 없는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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