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는 특유의 폐쇄성과 함께 잘못을 외면하고, 피해를 입을 시 곧장 대응하는 이중적 태도로 인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회장 이동준)가 최근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존재의 이유와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심판협의회는 프로레벨인 K리그1·2에서 활동하는 심판 60여 명으로 구성된 이익단체로, 심판들의 권익 보호와 축구 발전을 표방한다. 그러나 최근 행보는 이런 지향점과 거리가 있고 구조와 운영도 모호하다.
가장 큰 문제는 폐쇄성이다. 대한축구협회(KFA) 고위 관계자는 “KFA 내부서도 최근 존재를 알게 된 사람들도 있다. 심판들 중 정점에 있는 누군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심판협의회는 KFA의 지원을 받지 않는 별도 조직이다. KFA 심판위원회와도 별개”라고 설명했다. ‘심판 권익 보호’란 명분은 있는데 대체 어떻게 축구계와 협력하며 어떤 책임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팬들에게 심판협의회 존재가 알려진 것도 긍정적 계기가 아니었다. 지난달 김우성 심판과 판정을 놓고 마찰을 빚은 전북 현대 마우리시오 타리코 전 수석코치에게 ‘인종차별자’ 낙인을 찍는 성명서를 신속하게 발표해 비난을 자초했다. 출범한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오심 논란에 침묵하며 입장 표명이 없던 것과는 전혀 다른 대처였다.
이 가운데 심판협의회는 최근 2대 회장 선거도 마무리했다. 1대 회장을 지낸 이동준 심판이 단독 후보로 출마해 10일 회원 심판들의 온라인 채널을 통한 찬반 투표로 그의 재선이 확정됐다. 60표 중 찬성 55표(반대 5표)를 휩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심판이 스포츠 경력 관리 플랫폼 업체 이사로 재직 중이라는 점이다. 이 회사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업무 제휴를 맺고 K리그 공식 팬 멤버십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했다. 심판 겸업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프로연맹 고위 관계자는 “이 심판은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다. 겸업이 아니다”며 법적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프로연맹 이권 사업과 연계된 업체의 직함을 가졌다. 심판을 향한 팬들과 구단들의 불신이 가득한 시기에 오해를 살 소지가 다분하다. 명확한 설명이 필요한 지점이다.
축구계엔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나 한국축구지도자협회 등 다양한 이익집단이 있고, 모든 협회는 구성원들의 이익을 대변해 책임과 투명성을 요구받는다. 심판협의회는 가장 공정해야 할 심판이라는 직업적 특성을 고려하면 책임은 더 무겁다.
게다가 야구와 농구, 배구, 탁구 등 다른 프로 종목에는 심판협의회와 같은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축구의 사정을 놀라워 한다. 한 종목 협회 심판위원장은 “우리 종목엔 오직 협회 산하의 심판위원회만 있다. (프로축구심판협의회의) 존재 목적이 궁금하다. 입장문 발표는 정치적 행위가 아닌가. 권익 향상을 위한 대외적 행동을 하려면 협회 심판위를 거치면 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종목 관계자도 “심판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축구계 내부의 의견 합치나 공정 판정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종목을 막론하고 그런 기구가 있다는 게 놀랍고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잃어버린 대중의 신뢰를 되돌리기엔 이미 많이 늦었지만 심판협의회는 지금까지의 폐쇄적 행태에서 벗어나 축구계와 소통을 확대하고, 논란이 있을 때는 방어보다 공정성 회복을 우선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할 수 있고 집단 전체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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