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정정욱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비트코인(BTC) 오지급’ 사고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6일 오후 7시 진행한 랜덤박스 이벤트 보상 지급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첨자 695명에게 현금 2000원~5만 원을 지급하려 했으나, 시스템 오류로 ‘원’이 아닌 ‘BTC’ 단위가 입력된 것이다. 당시 비트코인 시세(개당 약 9800만 원)를 기준으로 하면 1인당 약 1960억 원, 전체 오지급 규모는 약 62만BTC로 시가 기준 약 60조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오입금 사실을 확인한 일부 사용자가 매도에 나서면서 일시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8100만 원대까지 폭락하는 혼란도 빚어졌다. 일시적 시세 급락에 ‘패닉셀(공포 매수)’에 나선 투자자가 발생했고, 이들의 손실금액만 약 10억 원 규모로 전해진다.

빗썸 측은 사고 파악 후 조치를 통해 오지급된 비트코인 62만 개 중 61만8214개(99.7%)는 거래 전 회수했고, 이미 매도된 비트코인 1786개에 대해 약 93%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현금화돼 외부로 유출된 금액만 수십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유령 코인’ 논란에 신뢰 하락
핵심은 유령 코인 논란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빗썸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175개, 회원 위탁 비트코인은 4만2619개에 그치는 상황에서, 62만 개가 오지급됐기 때문이다.

즉 전산상 숫자에 불과한 허수가 시스템상 검증 없이 실제 자산처럼 거래된 것이다. 이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 체결 방식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통상 중앙화된 거래소는 속도와 효율성을 위해 모든 거래를 블록체인상에 즉시 기록하지 않는다. 대신 거래소 내부 장부상에서 숫자만 오가는 방식을 취한다. 

문제는 내부 통제 시스템이 마비될 경우, 이번 사고처럼 실제 보유량보다 많은 유령 코인이 유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거래소 내부 DB와 실제 지갑 잔고가 실시간으로 검증되지 않기에 거래소가 마음만 먹거나 혹은 실수로 없는 코인을 만들어내 유통시키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얘기다.

파장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즉각 전면 점검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금융정보분석원(FIU)·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와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빗썸 현장 점검과 함께 타 거래소로 점검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권 부위원장은 “가상자산 시장의 취약성과 리스크가 그대로 노출된 사례”라며 “이용자 피해 현황과 보상 이행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빗썸 측은 보상안은 내놓는 등 사고 책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재원 빗썸 대표는 “고객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고로 인해 발생한 고객 손실은 끝까지 책임지고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시간대 패닉셀로 손실을 본 고객에게 손실액 전액과 추가 10%를 더해 최대 110% 보상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사고 당시 접속 고객 전원에게 2만 원을 지급하고, 일정 기간 전 종목 거래 수수료를 면제하며, 1000억 원 규모의 ‘고객 보호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내부적으로는 다중 결재 절차 강화, 자산 검증 시스템 고도화, 이상 거래 자동 차단 AI 도입, 외부 전문기관 실사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단순 해프닝이 아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전체 신뢰도에 직격탄을 줄 거라는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상자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실제 보유 자산을 초과하는 지급 및 주문이 시스템적으로 즉각 차단되지 않는 구조라면, 신뢰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간 실체가 없는 것을 거래한 거 같아 찝찝하다. 이참에 주식시장으로 갈아타야겠다” 등 누리꾼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