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창립 73주년을 맞아 제작된 영상에서 인공지능(AI)으로 재현된 최종건 창업회장(왼쪽)과 최종현 선대회장. 사진제공|SK그룹

SK그룹 창립 73주년을 맞아 제작된 영상에서 인공지능(AI)으로 재현된 최종건 창업회장(왼쪽)과 최종현 선대회장. 사진제공|SK그룹


[스포츠동아 원성열 기자] SK그룹이 창립 73주년을 맞아 인공지능(AI) 기술로 재현한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영상을 공개하며 그룹의 핵심 가치인 ‘패기’와 ‘도전’의 정신을 되새겼다. 이번 영상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제안으로 제작되었으며, 전쟁의 폐허 속에서 기업을 일구고 성장시킨 창업세대의 경영 철학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SK그룹은 13일부터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1층 미디어월과 사내방송을 통해 5분 분량의 AI 영상을 상영하며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구성원들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수준을 넘어, 최신 디지털 기술을 통해 창업주들의 육성과 메시지를 생생하게 복원함으로써 그룹의 고유한 DNA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전쟁 잿더미서 일군 선경의 초심
영상은 1953년 6.25 전쟁으로 인해 잿더미가 된 선경직물을 재건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최종건 창업회장은 영상 속에서 “잿더미 밖에 안 남은 공장을 보고 다들 끝났다고 했지만, 기회 앞에서는 망설이지 않았다”며 당시의 치열했던 결단을 회고한다. 그는 1958년 나일론 생산이라는 대담한 결단과 ‘닭표안감’의 흥행, 그리고 워커힐호텔 인수로 이어지는 그룹의 초기 성장사를 통해 “할 수 있고, 해야 되고, 하면 된다는 게 내 신념”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연결하며 무너진 것은 다시 세운다는 창업의 초심은 오늘날의 구성원들에게도 불굴의 도전 정신을 주문하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최 창업회장의 타계 이후 경영을 이어받은 최종현 선대회장의 목소리 역시 AI를 통해 생생하게 재현되어 경영의 연속성과 혁신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수직계열화와 ICT 도약의 역사
1973년부터 그룹을 이끈 최종현 선대회장은 ‘석유에서 섬유까지’로 대표되는 수직계열화 완성 과정을 상세히 들려준다. 최 선대회장은 영상에서 “기업가라면 늘 10년을 내다봐야 한다”며 모두가 주저하던 이동통신 사업 진출을 결단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SK그룹은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 당시 시장가보다 4배나 높은 가격을 써내며 인수에 성공했으며, 이는 현재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및 반도체 역량의 근간이 되었다. 이번 AI 영상은 과거 발간된 SK그룹 사사(社史)와 선대회장의 저서, 그리고 지난해 디지털로 복원된 3000여 건의 육성 녹음 테이프인 ‘선경실록’ 등 방대한 사료를 AI가 직접 학습하여 이야기를 구성함으로써 사실감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태원 회장은 8일 선혜원에서 열린 메모리얼데이 행사에서 해당 영상을 시청한 뒤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놀라움을 표하며 창업세대의 지성과 패기를 계승할 것을 당부했다. 영상 말미에는 “두 분에게 물려받은 치열함과 고귀한 정신, 단단한 저력으로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하는 새 역사를 써 내려가자”는 최 회장의 과거 기념사가 담겨 창업세대와 현세대의 정신적 연결을 마무리한다.

SK그룹 관계자는 “창업부터 반도체에 이르는 그룹의 성장 역사가 AI 기술과 만난 상징적인 시점”이라며 “선대 회장님들의 유산인 패기와 지성이라는 초심이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구성원들에게 지혜로운 나침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