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거장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가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직접 연주한 역사적 녹음이 2026년 리마스터링 버전 LP 박스세트로 발매됐다. 이번 음반은 SP로 나왔던 오리지널 마스터를 현대 기술로 복원해 180g 오디오파일 음질로 구현한 500조 한정판이다.

라흐마니노프가 생전에 남긴 이번 녹음은 작곡가 본인이 의도한 음악 정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별도의 해석이 필요 없는 절대적인 연주를 통해 레코딩 시대의 위대한 기록을 선사한다. 300*300 사이즈의 사진과 한글 해설지를 담은 책자가 포함된 3LP 구성이며 2CD 전집으로도 함께 출시됐다.

수록곡 중 피아노 협주곡 제 2번은 1929년 스토코프스키가 지휘를 맡았으며 나머지 세 곡은 1939년부터 1941년 사이 유진 올만디가 지휘봉을 들었다. 당시의 녹음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도로 발달된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쳤다. 피아노의 강약과 오케스트라의 균형이 완벽하게 재현되어 음악 자체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라흐마니노프는 20세기 초 러시아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차이코프스키를 경애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했다. 그의 음악은 부드러운 서정성과 감미로운 선율을 바탕으로 독일 낭만주의에 입각한 예술적 기품을 보여준다. 동시대 유럽 음악의 변화 속에서도 그는 낭만주의를 고수하며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 그는 뉴욕에서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을 떨쳤다. 연주 요청이 쇄도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만년에는 건강 권고에도 불구하고 “피아노를 못 치면 차라리 죽겠다”고 말할 정도로 연주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이번 3LP 전집에는 협주곡 외에도 ‘전주곡’과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가 참여한 ‘보칼리제’ 등이 담겼다. 합창곡 ‘종’과 페도르 찰리아핀이 부른 ‘카바티나’ 등 라흐마니노프의 폭넓은 음악 세계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귀한 기회다. 모노 재생 특유의 매력이 더해져 고전 음악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