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가 40년 헤리티지에 지능형 모빌리티 기술을 녹여낸 플래그십 세단 ‘더 뉴 그랜저’ 가솔린 2.5 모델의 주행 모습.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와 AI 비서 글레오 등 진화된 SDV 기술을 탑재해 집약해 완전히 새로운 이동 경험을 누를 수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스포츠동아 원성열 기자] 그랜저는 1986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대한민국 고급 세단의 역사를 관통해 온 상징적인 플래그십 모델이다. 현대자동차가 새롭게 선보인 7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그랜저’는 견고한 브랜드 헤리티지 위에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완벽하게 녹여냈다. 단순히 내외관 디자인을 다듬고 편의 사양을 조금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선 근본적인 진화다. 자동차라는 물리적 공간이 어떻게 지능형 모빌리티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이 차의 진면목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 강동구에서 강원 춘천시까지 왕복 약 120km 구간을 시승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기존 내연기관 세단에서는 만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이동 경험 그 자체였다.

17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인 더 뉴 그랜저 인테리어. 사진제공|현대차
더 뉴 그랜저의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실내 중심에 자리한 17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현대차 최초로 탑재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기반(AAOS)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에서 시작된다. 스티어링 휠을 잡고 춘천으로 향하는 올림픽대로 위에서 일상적인 말투로 “조금 더워”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대형 언어 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 비서인 글레오 AI가 “현재 온도는 22도입니다. 바람 세기를 강하게 하고 온도를 2도 낮출까요”라며 능동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단순히 명령어를 인식해 기능을 켜고 끄던 과거의 기계적인 수준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놀라움은 연속 대화에서도 이어졌다. 온도 조절을 지시한 직후 “춘천 근처에 분위기 좋은 카페 추천해 줘”고 묻자 목적지 근처의 리뷰가 좋은 카페 몇 곳을 상세 정보와 함께 브리핑했다. 유능한 비서가 조수석에 동승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전용 플레오스 앱마켓을 통해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서드파티 앱을 설치하고 구동할 수 있어 멈춰 있는 순간조차 완벽한 콘텐츠 소비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이는 차량이 하드웨어의 굴레를 벗어나 무한히 확장 가능한 스마트 디바이스로 거듭났음을 보여준다.

더 뉴 그랜저 측면 디자인. 사진제공|현대차
강동구를 벗어나 경춘로에 접어들며 시승 차량인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2.5 모델의 주행 다이내믹스를 본격적으로 테스트했다. 육중한 플래그십 차체를 이끄는 2.5 엔진은 기대 이상의 세련된 리듬감을 선사한다. 실용 가속 영역인 2000~3500rpm 사이 구간에서 토크가 선형적으로 뿜어져 나와 스트레스 없는 가속과 추월 가속이 가능하다.
또 직분사와 포트분사를 주행 상황에 맞춰 최적으로 오가는 듀얼 인젝션 시스템 덕분에 4기통 특유의 거친 질감 대신 부드럽고 풍성한 회전 질감을이 운전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차체 뼈대인 섀시의 거동 변화는 가속 성능보다 더욱 인상적이다. 카울 크로스바의 두께를 증대하고 전륜 스트럿링 강성을 보강해 차체 비틀림 강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여기에 서스펜션 내부 댐퍼에 적용된 유압제어 리바운드 스토퍼는 거친 요철 구간을 통과할 때 섀시가 감당하는 충격을 아주 부드럽게 제어해 플래그십다운 승차감을 완선했다.
덕분에 굽이진 국도와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더 뉴 그랜저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주행 성능을 보여줬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이 전방 노면을 읽고 능동적으로 댐핑을 조절해주며, 특히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작동 시 개입하는 고속도로 바디 모션 제어(HBC) 기술이 차량 가감속 시 앞뒤로 쏠리는 피칭 현상을 전자적으로 억제해 승차감을 극대화 해준다. 차체 하부와 상부 전반에 걸친 치밀한 공력 최적화 설계 덕분에 고속 주행 시 발생하는 풍절음과 로드 노이즈도 완벽에 가깝게 차단했다. 내연기관 최초로 적용돼 정차 중 가속 페달 오조작을 방지하는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와 스스로 궤적을 기억해 조향을 제어하는 기억 후진 보조(MRA) 기능이 새롭게 들어간것도 그랜저의 매력을 더한다.
더 뉴 그랜저의 가격(개별소비세 3.5% 기준)은 ▲가솔린 2.5 4185만 원 ▲가솔린 3.5 4429만 원 ▲하이브리드 4864만 원 ▲LPG 4331만 원부터 시작한다. 가솔린 1.6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은 세제혜택 적용 전 가격으로, 환경 친화적 자동차 고시 완료 시점 이후 확정 가격이 공개될 예정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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