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단독] 아들에 시쓰고 딸 예뻐지라던 한준위의 아들 딸은…

입력 2010-04-0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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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고 한주호 준위의 빈소를 지키고 있는 아들 상기 씨. 성남=원대연 기자

지난달 31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고 한주호 준위의 빈소를 지키고 있는 아들 상기 씨. 성남=원대연 기자

故 한주호준위 아들과 딸의 사부곡
사흘째 울음을 멈추지 않는 어머니 손을 고 한주호 준위(53)의 아들 상기 씨(25)가 꼭 부여잡았다. 한 손으로는 어머니의 손을 붙잡으면서도 눈은 아버지의 영전에 절하는 조문객을 묵묵히 바라봤다. 고인이 생전에 “어머니와 동생 잘 챙기라”고 했던 말을 아들은 굳게 지켰다. 1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빈소에서 만난 아들 상기 씨는 아버지를 잃은 아픔을 삼키는 듯 꼭 다문 입술로 자리에 앉지도 않고 꼿꼿하게 빈소를 지켰다.

“군인이셨지만 세심하고 꼼꼼하셨습니다. 가족에게는 너무나도 자상한 아버지셨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들’이라는 제목의 시를 선물한 적이 있다. 상기 씨가 중학생일 때 한 준위가 제주도 바다에서 훈련을 하다 쓴 시다. 상기 씨는 “정확한 구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직도 집에 고이 간직해 둔 잊을 수 없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바다를 보면서 아버지는 아들을 떠올렸다. 19세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비를 구할 수 없었던 한 준위는 “돈을 받으며 학업을 계속하겠다”고 기술하사관으로 입대했다.

“아버님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 형제와 떨어져 지낸 때문인지 늘 가족을 그리워하셨어요. 진해 부대를 떠나 제주, 서해, 소말리아까지 집을 비운 적도 많았지만 가족들에게 당신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 늘 다정다감하셨죠. 어린 시절에는 농구 같은 운동을 하며 같이 뒹굴기도 했습니다.”

상기 씨는 진주교대를 졸업하고 임용시험에 합격한 상태다. 6월 말 전역한 뒤 7월이면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제가 선생님이 돼 교단에 서는 모습을 (아버님이) 꼭 보고 싶어 하셨다. 그 모습을 못 보여 드리게 됐다”며 상기 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빈소에서 고인의 딸 슬기 씨(19)는 아버지에게서 온 마지막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읽고 또 읽었다. 후배를 위해 몸을 던지는 늠름한 군인도 딸에게만큼은 ‘내 딸 사랑해 많이’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섬세한 아버지였다. “돌아가시기 전날 밤에 전화가 왔어요. 아프지 말고 (여드름) 피부 빨리 나아서 예뻐지라고. 공부 열심히 해서 선생님 돼서 효도하라면서요. 그래서 몸조심하시고 추우니까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는데….”

슬기 씨는 “평생 멋있던 모습만 기억하려고요. 하늘나라로 훈련 갔다고 생각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성남=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 故 한주호 준위의 ‘외길인생’ 추모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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