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김태현씨(맨 오른쪽). 사진제공ㅣ온종합병원
온종합병원 호스피스완화병동에 입원한 김태현씨
잠시나마 죽음의 공포서 벗어나 행복한 시간 보내
말기 암으로 더 이상 치료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은 한 50대 환자가 ‘고향팀 야구 경기 관람’이라는 마지막 소원을 통해 잠시나마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잠시나마 죽음의 공포서 벗어나 행복한 시간 보내
부산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장)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에 입원 중인 김태현(54)씨는 지난 20일 아내, 친구들과 함께 부산 동래구 사직동 사직야구장을 찾았다.
인천이 고향인 김씨는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열렬한 팬이다. 주말에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SSG 경기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부인과 함께 직접 관람하기를 원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호스피스병동 간호사들이 예매를 시도했으나, 매진 상태여서 간호사들은 병원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병원 전략기획실이 롯데 구단에 김씨 사연을 설명하니 구단 측은 흔쾌히 받아들여 입장권을 무료 제공해줌으로써 김씨는 극적으로 야구 관람을 즐길 수 있었다.
이날 주치의로부터 특별외출 허가를 받고 사직구장에 도착하자마자 김씨 일행은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홈팀 관중석에서 가슴 졸이면서 원정팀 SSG를 응원했다.
그는 좋아하는 선수인 에이스 김광현이 호투할 때마다 병색으로 가늘어진 어깨까지 들썩였다. 경기하는 두세 시간 내내 그는 고향 인천구장에서처럼 SSG를 향해 열띤 응원을 보냈다.
그는 경기 내내 즐거워했고, 그에게서 ‘환자’라는 어떤 징후도 포착할 수 없었다. 경기에 집중하는 동안 그는 죽음을 깜빡 잊고 행복한 시간 속으로 빠져들었다.
김씨는 지난 2021년 12월 모 대학병원으로부터 바터팽대부암 진단을 받았다. 이듬해 2월 같은 병원에서 원발암이 간·폐·림프절로 전이된 것을 확인하고 췌십이지장을 절제하는 ‘휘플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실시했으나 김씨가 견디지 못해 1회 만에 중단했다.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기암 판정을 받은 김씨는 지난 9일 온종합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에 입원했다.
김씨는 “그동안 암 투병생활을 하면서 고통이 너무 심해 야구장에서 직접 경기를 관람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호스피스완화 병동에 입원한 이후 병원에서 마련한 각종 프로그램 덕분에 몸컨디션이 정말 좋아지는 것 같다”고 온종합병원 호스피스병동 의료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온종합병원은 지난 2017년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24병상)을 개설·운영하고 있으며 음악·원예·다도·미술요법과 림프마사지요법, 손·발 마사지, 집밥 서비스, 생일잔치, 사별가족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와 가족의 정서안정을 꾀하고 있다.
스포츠동아(부산) | 김태현 기자 localbu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