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포항공장 전경. 사진제공ㅣ현대제철 포항공장

현대제철 포항공장 전경. 사진제공ㅣ현대제철 포항공장




포항공장 비롯 국내 사업장 시설, 인력 축소 불가피
기술직 이어 전 직원 대상 2차 희망퇴직 카드 시행
포항공장 직원, 가족 “앞으로 어떻게 되나” 촉각곤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4일 미국 현지에 대규모 철강회사를 세우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현대제철 안팎이 심하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 포항공장에 근무하는 직원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앞으로 포항공장은 어떻게 되나”라면서 현대차그룹 차원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날 총 8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신규 제철소의 자동차용 철강재 생산량은 270만톤으로 국내 총생산량(500만~550만톤)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결국 포항공장을 비롯 현대제철 국내 사업장의 시설과 인력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오랜 시달림과 미국 관세압박을 돌파하려는 특단의 조치라는 평가다.

이런 와중에 현대제철이 또다시 전 직원을 대상으로 2차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만 50세(75년생)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며 포항 2공장 등에서 진행한 기술직 근로자만 아닌 일반직·연구직·기술직 등 모든 직종을 대상으로 한 전사적 조치다.

현대제철은 지난 26일 오후 사내 공고문을 내고 이날부터 내달 18일까지 만 5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사측은 우선 희망자를 중심으로 퇴직 신청서를 받고, 이를 개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퇴직 대상자로 선정되면 퇴직금 외에 정년까지 잔여 연봉의 50%(최대 3년치)의 위로금을 별도 지급한다.

학자금도 자녀 1명당 1000만원씩 최대 3명분을 지급한다. 성과급과 일시금은 퇴직 시점 회사 측 최종 제시안에 따라 결정해 지급한다.

현대제철은 이번 결정이 중국발 저가 철강 공세와 트럼프 정부의 철강 관세 등을 돌파하려는 ‘극약 처방’이라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앞서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전 임원 급여 20% 삭감한 바 있다.

현대제철이 이 같은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매년 겪고 있는 노조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26일 오전부터 당진제철소에서 24시간 총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노조는 임금 협상에 성과가 없을 경우 내달 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도 예고한 상태다.

사측은 앞서 1인당 약 2650만원대(통상급 450%+1000만원)의 성과급을 제시했으나 노조 측은 “현대차 수준(약 4000만원대) 성과급을 달라”며 거부하고 있다. 사측은 이에 지난달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핵심 설비 가동을 스스로 중단하는 직장폐쇄를 단행하기도 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관계자는 “노조와 대치하는 것도 이제 지쳤고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며 “현대차 그룹 차원의 이번 특단 조치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ㅣ김명득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김명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