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처분 중에도 폐기물 투기량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 ㅣ 권영준 기자
경북 영천시가 전국 불법 폐기물 투기의 중심지로 전락하고 있다. 불법·탈법 폐기물 처리 문제는 수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행정 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에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1일 열린 제235회 영천시의회 임시회 건설산업위원회 회의에서는 한 시의원이 “전국의 불법 폐기물 투기자 ‘삼대천왕’ 중 2명이 영천에 있다”고 지적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또 다른 의원은 “사전에 불법 행위 가능성을 자원순환과에 알렸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가 커졌다”고 질타했다.
영천시의 행정처분에도 불법 폐기물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시 홈페이지에 게시된 행정처분 예고만 해도 수십 건에 달한다. 일부는 동일 대상자에게 6차, 7차에 걸쳐 행정처분이 반복 송달되는 등 행정 절차가 ‘면피용’에 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10월 언론에 보도된 화산면 가상리의 불법 투기 폐기물은 행위자에게 행정처분 명령서가 여러 차례 ‘폐문부재’로 반송됐음에도 불구하고, 투기량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인근 농민들은 행정의 무능을 성토하며 깊은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영천시 자원순환과는 드론을 활용한 감시와 현장 순찰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단속보다는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일고 있다. 주민들은 자원순환과에 소속된 환경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필요시 대구지검 등과 협력해 기획 수사를 통해 불법 투기 폐기물업체를 근절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폐기물의 주요 배출지는 영천 관내가 아닌 외지일 가능성이 크다. 성상(成狀)과 산업 구조를 보면, 다른 지역에서 불법 반입된 폐기물이 영천을 ‘투기처’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영천시가 폐기물 불법 투기에 취약한 구조라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처벌 규정이 미약하거나 적용이 불명확해, 폐기물 투기를 ‘수익성 높은 범죄’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는 데 있다. 실제로 일부 업체는 퇴비, 비료, 성토재, 골재 등으로 위장해 폐기물을 재활용 자원처럼 둔갑시키는 등 수법도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
한편, 폐기물관리법 개정으로 2024년 4월부터는 사업장 일반폐기물까지 GPS 및 영상감시 의무가 확대됐다. 영천시에 영상감시장치 설치 대상 업체는 130여 곳이며, 현재 약 90%가 설치를 완료했다. 미이행 업체에 대해서는 한국환경공단과 협조해 철저한 확인 및 법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과거 피해 경험이 있는 시민 A 씨는 “올바로 시스템만 제대로 운영해도 불법 업체는 걸러질 수 있다”라며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폐기물 문제가 장기화하면 의성군처럼 폐기물 동산이 형성되고, 처리에 수백억 원의 국민 혈세가 소요될 수 있다”며 철저한 사전 단속과 실질적 행정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영천 ㅣ 권영준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naver.com
권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