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청 전경. 사진제공 ㅣ 울진군

울진군청 전경. 사진제공 ㅣ 울진군




상식 벗어난 예산·절차…설계공모 남용·특혜 의혹 확산
울진군이 추진 중인 울진마린컨트리클럽(마린CC) 캐디 숙소 건립 사업을 둘러싸고 예산 책정의 적정성과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 직원 숙소 성격의 시설임에도 과도한 사업비 책정과 설계공모 방식 채택, 불투명한 심사위원 선정, 석연치 않은 부지 매입 과정까지 겹치면서 특정 업체 특혜 의혹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건축비 규모다. 울진군이 계획한 캐디 숙소는 원룸형 75실, 지상 4층 규모의 단순 숙박시설이다. 그러나 알려진 총사업비는 약 150억 원으로, 객실 1실당 약 2억 원에 달한다. 이는 일반 숙박시설은 물론 공공 직원 숙소나 기숙사 건축비와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건축업계에서는 “리조트급 고급 숙소나 특수 시설이 아닌 이상 설명하기 어려운 금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과도한 사업비를 근거로 설계공모 방식을 일괄 적용한 점이다. 울진군은 “건축 설계비가 1억 원을 초과하면 설계공모 대상”이라는 입장이지만, 설계공모는 공공성·상징성·도시 경관 영향·불특정 다수 이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건축계의 일반적 해석이다.

골프장 캐디만을 위한 숙소이자, 동일한 구조의 원룸을 반복 배치하는 사업에 설계공모를 적용한 것은 행정의 합리성을 벗어났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역 건축계 한 관계자는 “설계공모는 다양한 설계 경쟁을 통해 공공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제도”라며 “일반 설계용역이나 기술제안 방식으로도 충분히 추진 가능한 사업에 굳이 공모를 택했다면 그 타당성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계비 규모만을 근거로 공모를 진행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 판단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설계공모 심사위원 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신뢰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울진군 체육진흥과 시설담당은 “전국에서 심사위원을 공모해 랜덤 방식으로 5명을 선발했다. 사업비 산정과 설계공모, 부지 매입 역시 관련 규정에 따라 적정하게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별도의 공신력 있는 시스템이나 입회인 없이 담당자가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 응모자 가운데 5명을 추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선정된 심사위원 5명 전원이 대구 지역 인사로 구성된 사실도 의문을 키운다.

전문가들은 “담당자 1인이 엑셀로 추출한 결과를 ‘랜덤 선정’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선정 구조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설계공모의 핵심 가치인 공정성이 출발 단계부터 흔들렸다는 평가다.

울진군이 추진하는 울진마린CC 캐디 숙소 건립공사 예정부지(매화리 1181번지). 사진 ㅣ 나영조 기자

울진군이 추진하는 울진마린CC 캐디 숙소 건립공사 예정부지(매화리 1181번지). 사진 ㅣ 나영조 기자


부지 선정 과정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캐디 숙소 예정 부지는 골프장 인근이 아닌 매화면 소재지로, 마린CC와는 약 5km 떨어져 있다. 근무 편의성과 직결되는 숙소를 골프장 내부나 인접 부지가 아닌 외곽에 배치한 이유에 대해 울진군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당 부지는 울진군이 기존 여관을 매입한 뒤 철거한 곳으로, 매입비만 약 1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됐다는 의혹과 함께 철거 비용으로도 수천만 원이 추가 소요됐다.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특정 부지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설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된다.

이 같은 논란은 최근 울진군을 둘러싼 각종 정치·행정 의혹과 맞물리며 파장을 키우고 있다. 정치자금 관련 고발 사례 등으로 군정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번 캐디 숙소 건립 논란은 단순한 시설 사업을 넘어 예산 집행 구조와 행정 판단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울진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