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공예디자이너 김보림 세 번째 개인전
영국에서 마주한 한국적 정체성과 전통의 미학을 현대 금속공예로 풀어내
금속공예디자이너 김보림의 세 번째 개인전 포스터. 사진제공 ㅣ 김보림작가실

금속공예디자이너 김보림의 세 번째 개인전 포스터. 사진제공 ㅣ 김보림작가실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금속공예디자이너 김보림의 세 번째 개인전 《Familiar Strangeness, Trajectories in Between》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영국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작가가 새롭게 발견한 한국적 미감과 정체성의 궤적을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이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조형적 사유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전시 제목인 ‘Familiar Strangeness’는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는 감각을 의미한다. 작가는 영국 체류 중 우연히 마주한 달항아리를 통해 한국 전통미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여겼던 전통의 아름다움이 타국에서는 새로운 시선으로 다가왔고, 이는 오히려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더욱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보림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달항아리의 넉넉한 여백과 고려청자의 유려한 곡선을 금속과 칠보라는 현대적 매체로 재해석한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전통의 형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통의 조형 언어를 해체하고 변형하며, 그 안에 오늘의 감각과 개인적 경험을 덧입혀 새로운 조형 세계를 구축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요소는 ‘파이어 스케일(Fire Scale)’이라 불리는 표면의 흔적이다. 적동과 칠보가 고온의 가마를 거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산화의 흔적은 작가의 의도를 넘어선 우연의 결과물이자 시간의 기록이다. 이는 작품마다 서로 다른 표정을 만들어내며, 금속 표면 위에 또 하나의 풍경을 형성한다.

청자의 비색을 연상시키는 깊고 은은한 색감, 오랜 세월을 품은 유물처럼 침잠된 질감은 화려한 장식성을 넘어서는 차분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서 자연스럽게 걸음을 늦추고, 표면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과 감각의 층위를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눈부시게 빛나는 아름다움보다 더 깊고 고요한 사유의 순간”을 제안한다. 작품 위에 남겨진 흔적들은 단순한 재료의 변화가 아니라 전통과 현대, 익숙함과 낯섦, 통제와 우연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감각의 기록이다.

이번 개인전은 영국에서의 경험 이후 약 2년간 이어온 탐구의 결과를 집약한 자리이자, 다시 한국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새로운 창작의 장을 열어가는 전환점으로 의미를 가진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잊고 지냈던 한국적 미감의 본질을 관람객 각자의 기억 속에서 조용히 환기시키고자 한다.

《Familiar Strangeness, Trajectories in Between》는 전통 공예의 현대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동시에 ‘한국적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전시다. 금속이라는 견고한 재료 위에 새겨진 우연의 흔적들은 관람객들에게 깊고도 오래 남는 감각적 여운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