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극 소용돌이가 초고속 나노 음향파 생성
양자정보 전달·차세대 반도체 기술 새 가능성 제시
양자정보 전달·차세대 반도체 기술 새 가능성 제시

포항가속기연구소 전경. 사진제공 ㅣ 포항가속기연구소
포항가속기연구소(소장 김재영) 김국태 연구원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전기적 나노 소용돌이 구조가 초고속 나노 음향파를 생성하는 새로운 물리 현상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지난 17일 온라인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게재 논문은 ‘Nanoscale strain wave generation by a piezoelectric grating from polar vortices’(DOI:10.1038/s41567-026-03336-x)로, 숭실대학교 이동렬 교수와 박세영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R. Ramesh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연구를 주도했으며, 포항가속기연구소 김국태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강유전체 산화물 내부에 존재하는 ‘분극(Polar) 소용돌이’ 구조가 외부에서 전달되는 초고속 충격파를 새로운 형태의 나노 음향파로 변환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세계 최초의 사례다.
연구팀은 금속 박막에 초고속 레이저를 조사해 순간적으로 충격파를 발생시킨 뒤, 포항가속기연구소의 4세대 X선 자유전자레이저 시설인 PAL-XFEL을 활용해 충격파가 물질 내부를 통과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그동안 분극 소용돌이는 차세대 전자소자와 정보저장 기술 분야에서 높은 잠재력을 가진 나노 구조로 주목받아 왔지만, 이 구조가 초고속 음향파 생성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 결과 분극 소용돌이는 단순히 파동을 전달하는 수동적 구조가 아니라 외부 충격파를 새로운 파동으로 변환하는 능동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생성되는 음향파의 형태와 진행 방향이 나노 구조의 배열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향후 연구자들이 원하는 특성을 가진 음향파를 설계하고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전기적 나노 구조를 이용해 음향 신호를 자유롭게 생성하고 조절하는 새로운 기술적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성과가 미래 양자기술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음향파는 전자기파보다 에너지 손실이 적고 나노미터 수준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차세대 정보 전달 매개체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양자정보를 특정 방향으로 전달하거나 제어하는 기술, 양자컴퓨터 내부의 정보 처리 기술, 초고속 통신 및 반도체 소자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 성과의 핵심에는 포항가속기연구소가 운영하는 PAL-XFEL의 세계적 성능이 자리하고 있다.
PAL-XFEL은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초고속·초고휘도 X선 자유전자레이저 시설로, 극도로 짧은 시간 동안 매우 강력한 X선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원자와 전자의 움직임, 물질 내부의 구조 변화 등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다.
연구팀은 PAL-XFEL이 제공하는 초고속 X선 펄스를 이용해 강유전체 산화물 초박막 내부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피코초(1조 분의 1초) 단위로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시간 분해능은 기존 연구 장비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실제로 이번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유한 PAL-XFEL이 아니었다면 관찰하기 어려웠던 초고속 현상을 직접 규명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김재영 포항가속기연구소장은 “이번 연구는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시설을 활용해 새로운 물리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앞으로도 PAL-XFEL을 활용한 혁신적 연구를 적극 지원해 미래 원천기술 확보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숭실대학교 기초과학융합연구소(소장 이윤상)를 중심으로 수행됐다.
포항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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