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김민희. 스포츠동아DB
이번에도 홍상수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김민희와 열애 고백 이후 국내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홍상수 대신 주연 배우들만 무대에 올랐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BIFFXGENESIS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영화 ‘탑’ 무대인사. 이날 행사에는 ‘탑’에 출연한 배우 권해효, 조윤희, 이혜영, 박미소, 신석호가 참석했다. 홍상수 감독은 늘 그랬듯 불참했다.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로 처음 인연을 맺은 홍상수와 김민희. 이들은 이듬해 6월 불륜설에 휩싸였으며 2017년 3월 ‘밤의 해변에서 혼자’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다. 진솔하게 사랑하고 있다”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고 열애를 인정했다. 이후 홍상수는 아내를 상대로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되자 항소를 포기했다. 일과 사랑을 동시에 하고 있는 홍상수와 김민희는 해외 영화제에서만 간혹 포착되고 있다.
전작 ‘소설가의 영화’와 함께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아이콘 부문에 공식 초청된 ‘탑’은 홍상수 감독의 스물여덟 번째 장편 영화다. 김민희는 제작실장으로 참여했다. 감독 병수(권해효)가 딸 정수(박미소)와 함께 인테리어 디아지어 해옥(이혜영)의 건물을 방문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11월 3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권해효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설명하는 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라며 “한 감독이 어느 공간을 방문한 후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다. 설명은 어려우니 직접 봐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진행자는 “홍상수 감독님 많이 보고 싶다.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주시는 날을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제70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 참석했던 조윤희는 “1000석 가까이 되는 극장에서 상영했는데 꽉 차서 감동받았다. 너무나 사랑받는 감독님의 영화였다”고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
홍상수 감독과 다수 작업해온 이혜영은 “홍상수 작품에서의 내 연기는 내가 본 적 없는 모습인 것 같다. 역할의 성격도 점점 진화하는 것 같다”라며 “앞서 ‘당신 얼굴 앞에서’는 감독님 영화 역사상 가장 관객이 적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 점이 참 가슴이 아프다”고 고백했다. 그는 “홍상수라는 한 예술가의 창작품을 통역하고, 홍상수의 언어를 번역하는 마음으로 매 순간 자유롭게 연기한다. 완성해나가는 과정이 재밌다”며 “홍상수 감독님은 대본이 없고 촬영 현장에 당일에 종이 한 장을 주신다. 지문도 없다. 배우들마다 해석이 다르다. 배우들은 각기 개성에 맡는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자유로움과 창조해내는 기쁨을 느낀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권해효는 “홍상수 감독의 특별한 진행 방식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제목이다. 영화가 다 완성된 이후에 제목을 만든다. 영화를 찍는 내내 이 영화의 제목은 무엇일지 궁금증을 가지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임한다. ‘탑’은 허를 찔린 느낌을 받았다. 여러분도 궁금하지 않나. 꼭 극장에서 확인해 달라. 오랜만에 재밌는 작품이 나온 것 같다”고 어필했다.
한편, 올해 27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5일(수)부터 14일(금)까지 영화의 전당 등 부산 일대에서 열흘간 진행된다. 7개 극장 30개 스크린에서 71개국 243편이 상영되며 커뮤니티비프 상영작은 111편이다. 개막작으로는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바람의 향기’가 선정됐으며 폐막작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한 남자’(이시카와 케이 연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