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채널A ‘블랙2: 영혼파괴자들’)
8일 ‘블랙2’는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꾼’이라는 별명을 가진 ‘제이유 그룹’의 다단계 사기꾼, 주수도의 행적을 파헤쳤다. 2002년부터 시작된 제이유 그룹의 당시 회원 수는 약 35만 명으로, 연 매출은 2조원대에 이르렀다. 다단계 기업이지만 마트와 백화점을 비롯 계열사만 20곳, 가맹점이 3천 개에 달했던 제이유 그룹은 서민들의 마음을 현혹하며 더욱 많은 회원을 이끌어들였다.
1980년대 강남의 유명 영어 강사였던 주수도는 뛰어난 언변과 인기에 힘입어 영재학원을 차리고,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나 정치 생활도 잠시, 본인의 학원에서 10억원을 횡령 후 몇 년간 잠적한다. 2000년 무렵 다단계 회사 ‘제이유 그룹’을 설립해 다시 돌아온 주수도는 강남 압구정에 본사를 두고, 일요일마다 직접 ‘주수도의 일요 특강’이라 이름 지은 다단계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주수도는 매일 수당을 지급하고, 생활필수품을 구매하기만 해도 포인트로 돌려주는 방식을 창안해 ‘소비생활 공유마케팅’이라 이름 붙였다.
얼핏 현재의 ‘캐시백’ 방식으로 들리지만, 주수도의 ‘캐시백’ 비율은 최대 250%에 달하는 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 회원을 10단계로 나눠 상위 회원일수록 더 많은 돈을 가져가는 것은 여느 다단계와 방식이 같았으나, 오로지 ‘구매 수치’만 보는 방식은 많은 사람을 현혹시켰다. 하지만 주수도의 방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받아가는 이득이 줄어들게 되는 교묘한 함정을 숨기고 있었다. 심지어 주수도는 ‘빨간 펜’으로 첨삭하며 공언했던 분배 공식에 따르지 않고 60% 이상의 회원들의 이득을 임의로 재분배하고 있었다.
당시 제이유 기업은 2004년 ‘한국과 칠레 FTA 체결’로 벌어진 정부와 농민 사이의 잡음을 ‘애국 마케팅’으로 성공적으로 진화했다. 이어 해외 진출, 제주도 관광단지 개발, 강화도 실버타운 설립 등 공적인 활동을 주도하며 내부의 잡음도 잠재웠다. 심지어 ‘국내 석유 시추 개발’까지 언급하며 당시 제이유 그룹의 위상을 공고히 하게 된다. 이렇게 올라간 위상으로 각종 국회의원, 연예인 등 공인 67명을 얼굴마담으로 활용하며 기업의 신뢰를 다졌다. 이런 주수도와 제이유 그룹의 행보에 전 경찰총경은 “주수도 회장은 가장 도덕적이고 아름다운 기업인입니다”라는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고, 전 대검찰청 형사부장, 안기부 출신 국회의원 등 수많은 정재계 인물이 도덕적 칭찬을 남길 정도로 그 당시 제이유 그룹은 탄탄한 사회공헌적 대기업처럼 보였다.
제이유 그룹과 주수도는 이런 ‘후광 효과’를 이용해 성공 가도를 달렸으나 어느 날 갑자기 현금 지급을 중단하게 된다. 설립 3년 만에 한계에 도달한 제이유 그룹은, 오히려 회원들에게 ‘더 많이 금액을 투자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주수도 회장은 회원 개개인에게 “너만은 구제해주겠다”는 식의 설득을 통해 더욱 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다. 총 피해금액 2조원에 달하는 주수도의 사기행각은 도피 38일 만에 내연녀의 제보로 그가 경기도 이천에서 잡히며 끝이 나는 듯했다.
하지만 주수도는 변호사 수임료 추정치만 수십억에 달하는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렸고, 그 속에는 직접 주수도를 사기 혐의로 잡아넣었던 검사 출신의 변호사도 섞여 있었다. 2006년 시작한 재판은 2012년에 재심을 시작해 2016년, 징역 12년 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주수도는 피해자들에게 “석방되면 다 갚아주겠다”는 식의 설득을 통해 석방시위를 벌이는 등, 구치소 안에서도 각종 사기로 이득을 취했다. 또한, 매일 접견하여 편의를 봐주는 ‘집사 변호사’를 통해 또 다른 다단계 회사도 설립했다. 몇십 년간 수많은 죽음과 재산 피해를 안긴 그는 현재 새 피해자 1,300여 명을 만들며 2018년, 석방 3개월 전 징역 10년을 더 받았고 2029년 출소 예정이다.
‘블랙2: 영혼파괴자들’은 매주 토요일 밤 10시 40분 채널 A에서 방송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