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나, 윤현민의 리턴 매치에 막이 올랐다.
27일 방송된 ENA 수목드라마 ‘보라! 데보라’(연출 이태곤·서민정, 극본 아경) 6회에서는 우연과 인연의 한가운데에서 거듭 얽히는 데보라(유인나 분)와 이수혁(윤현민 분) 모습이 그려졌다. 여기에 끝난 것만 같았던 연애서 프로젝트를 재가동시키는 데보라 행보는 다음을 궁금하게 했다.
이날 데보라는 이수혁의 타박과 걱정을 등에 업고 무사히 귀가했다. 술기운에 욕조에서 무심코 잠이 든 그를 깨운 것은 동생 연보미(김예지 분)의 애타는 외침이었다. 혹시라도 언니가 헛된 마음을 먹었을까 걱정했다는 연보미. 이 말을 들은 데보라는 모두를 걱정시켰다는 생각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 또 한편으로는 더 이상 떨어질 최악이 없다는 것, 그리하여 이제는 바닥을 짚고 일어설 일만 남았다는 사실까지도 실감했다. 지금까지의 아픔을 털어 낼 터닝 포인트가 온 것이었다.
데보라는 금세 삶의 템포를 되찾아 갔다. 미뤄뒀던 집안일을 하고, 노주완(황찬성 분)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도 모두 정리했다. 그러자 보이지 않던 것들 역시 눈에 들어왔다. 어느샌가 그의 SNS 메시지함에는 그처럼 이별을 겪고 힘들어했던 사람들이 남긴, 응원과 위로의 이야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가 희망을 가지길 바란다는 그들의 진심을 읽으며, 데보라는 문득 이수혁을 떠올렸다. 더 이상 연애서를 쓸 수 없다는 데보라의 말에 “작가라면 밑도 끝도 없는 새드 엔딩이 얼마나 무책임한 건지 생각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삶은 계속된다는 희망, 그걸 빼앗는 거니까”라던 그의 말이 새삼스럽게 와닿은 순간이었다.
데보라가 처리해야 하는 일 중에는 이사도 있었다. 행사와 광고, 협찬 위약금까지 지불한 뒤이기에 전세금을 마련하는 것조차 만만치 않았다. 겨우 조건에 맞는 집을 찾고 나서야 그는 막막해진 자신의 처지를 실감했다. 그런 와중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데보라의 번호가 메신저 피싱에 이용당했다는 것. 심지어는 이미 피해자까지 발생한 뒤였다. 놀랍게도 그 피해자는 동생 연보미와 이수혁이었다.
부동산 계약이 걸려있다는 말에 덜컥 사천만 원을 입금한 연보미보다도, 이수혁이 군말 없이 돈을 입금했다는 사실에 데보라는 더욱 의아함을 느꼈다. 피해액 역시 오백만 원으로 적지 않았다. 전화라도 하지 그랬느냐며 괜스레 핀잔을 던진 데보라. 이수혁은 “말 못 할 사정이 있겠지, 그래서 연락 안 했어요”라며 욱하는 심정을 쏟아냈다. 안타깝고 서운한 속내와는 달리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고, 결국 두 사람은 또 한 번 다시 보지 말자는 말을 끝으로 돌아섰다.
이수혁과 틀어진 일에 속상했던 것도 잠시, 데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했다. 다가올 계약을 위해서는 당장에 이사 비용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골머리를 싸매며 해킹당한 메일 주소록부터 정리하던 데보라는 지난날 한상진(주상욱 분)이 보낸 출판 계약서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선인세로 1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이 담겨 있었다. 데보라는 그길로 다시 보지 말자던 이수혁과의 말다툼을 뒤집고 도서출판 진리로 향했다. 어리둥절해하는 이수혁과 한상진 모습도 상관 없었다. 데보라는 “나 갑자기 막 하고 싶어졌는데. 우리 같이 한번 하죠”라며 이수혁의 손까지 잡아끌며 악수를 청했다. 파격 제안이었다. 맞잡은 손을 사이에 둔 두 사람 모습은 다가올 2막에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