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백두산을 ‘창바이산’으로 규정하며 백두산 일대가 고대부터 역사·문화적으로 줄곧 중국의 영토였음을 주장하는 ‘창바이산 문화론’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한국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려 하는 동북공정의 후속 작업의 하나이다. 중국은 1986년 백두산을 국가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했으며, 2003년엔 백두산을 ‘중화 10대 명산’으로 지정해 전 세계에 백두산을 중국의 창바이산으로 홍보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유네스코에 백두산을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해달라고 신청했다.
유네스코(UNESCO)는 3월 13~27일 진행하는 집행이사회의 신규 세계지질공원 인증 안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백두산 지역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하는 안건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세계지질공원은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명소와 경관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2004년 만들어졌으며, 현재 48개국 195개 지역이 지정돼 있다.
이번에 논의되는 18개 신규 세계지질공원 후보지들은 작년 9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이사회에서 ‘등재 권고’ 결정이 내려진 곳이다. 세계지질공원 이사회에서 등재가 권고된 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집행이사회에서 그대로 후보지들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하는 것이 관례이다.
만약 백두산이 ‘창바이산’이란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된다면, 중국 정부는 이를 지렛대로 삼아 백두산은 중국의 창바이산이며, 중국만의 산이라고 전 세계에 홍보할 것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백두산이 중국의 산으로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될 경우, 중국은 백두산을 영토로 삼았던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 역사로 왜곡하려는 근거로 등재 결과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앞서 고구려 유적을 세계유산으로 올리며, 고구려를 중국 지방정권으로 규정해 전 세계에 홍보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백두산을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하는 이유 또한 국제사회에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중국이 백두산을 중국의 10대 명산으로 포장하듯 이번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라는 국제기구 브랜드를 통해 전 세계에 백두산을 중국의 산으로 홍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북한이 나눠 가지고 있는 백두산은 4분의 1이 북한, 4분의 3 정도가 중국 땅이다. 또한 백두산 천지는 1962년 체결된 백두산 일대 국경 조약인 ‘조중변계조약’에 따라 북한 54.5%, 중국 45.5%로 분할되었다.
즉, 백두산은 중국의 일방적인 소유물이 될 수 없는 자연유산인 것이다.
이에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는 백두산이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될 때, 백두산이 중국의 창바이산으로만 세계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글로벌 캠페인을 추진한다.
한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백두산은 고구려, 발해 등 한국 역사에 중요한 의미와 상징성이 있기에 백두산이 중국 창바이산으로만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것은 반드시 시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반크는 특히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중국의 글로벌 역사 왜곡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기에, 유네스코를 대상으로 한국 측의 우려에 대한 견해를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반크는 포스터를 제작하고 글로벌 청원과 정책청원을 통해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알려 나가고자 한다.
포스터에는 “유네스코가 중국 역사 왜곡 창구? ‘동해 물’과 ‘백두산’이 ‘동해 물’과 ‘창바이산’이 되기 전에 세계 곳곳에 백두산 명칭을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라는 문구를 통해 중국의 일방적인 백두산 명칭 홍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다.
또한 반크는 유네스코를 청원 대상으로 한 글로벌 청원을 통해, 중국 측의 요구로 백두산이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될 시, 반드시 설명 부분에 백두산과 관련된 한국 소개 내용도 반영해야 할 것과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중국 역사 왜곡의 창구로 악용될 수 있음을 유네스코가 인지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구한다.
또한 반크는 정책 청원을 통해 국제사회에 백두산이 창바이산으로만 알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한국의 정부 기관이 백두산의 명칭을 세계에 알리는 노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대응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반크는 2022년 7월 글로벌 IT 기업 애플의 제품인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에 탑재된 지도에서 백두산 천지 전체를 중국 영토로 표기한 것을 대상으로 네티즌과 함께 시정 운동을 전개해 시정한 바 있다.
양형모 스포츠동아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