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인천 부평의 한 도로에서 벌어진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50대 아버지는 딸이 부탁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망치를 들고 나와 딸 명의의 포르쉐 유리창을 수차례 내리쳤고, 위협은 사람에게 향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까지 폭력이 이어졌다.

법원은 징역 1년과 함께 가정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과거에도 딸을 상대로 폭행과 물건 손괴 전력이 있었고, 누범 기간이라는 사실이 양형에 반영됐다.

이 사건은 ‘비싼 차를 부쉈다’는 사실로 대부분 소비됐지만, 그 안에는 반복돼 온 분노의 방식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하나다.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났을까. 조사에서 제시된 이유는 단순하다. 부탁을 거절당했고, 통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설명은 행동의 크기와 맞지 않는다. 망치를 들고 가족의 재산을 부수고 공권력에까지 폭력을 행사한 분노는 그날의 말 한마디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래 쌓인 좌절과 통제 욕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이를 ‘거절’이 아니라 ‘무시’로 받아들인다. 관계 속에서 상대를 독립된 개인으로 보기보다, 여전히 자신이 조정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강하다. 특히 가족 안에서는 이런 인식이 더 쉽게 굳어진다. 밖에서는 참고 넘기는 감정이 집 안에서는 폭발하는 이유다. 분노 자체보다 위험한 것은, 분노를 다루는 방식이 늘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를 곧바로 병명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성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감정이 치솟는 속도가 빠르고, 멈추는 장치가 약하다. 사과와 후회를 말로는 반복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오면 같은 행동을 되풀이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늘 “이번이 마지막이겠지”라는 기대와 “또 그럴 수 있다”는 불안을 동시에 안고 산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무엇보다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분노가 이미 폭발한 순간에는 논리도 설명도 통하지 않는다. 설득으로 감정을 꺾으려 하지 말고, 물리적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혼자 감당하려는 선택은 상황을 키우기 쉽다.

반복되는 위협이나 파괴 행동이 보인다면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관계를 끊는 것보다 현실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 감정이 가라앉은 뒤에는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선을 명확히 그어야 한다.

이 사건을 둘러싼 댓글 반응은 한 방향으로 모였다. “차가 포르쉐든 경차든 상관없다, 딸에게 손을 든 순간 끝이다.” “부탁을 거절했다고 저러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참아왔을 딸의 시간이 보인다.” “분노를 핑계로 모든 걸 합리화하는 사람은 결국 혼자가 된다.” 대부분 분노의 대상이 더 이상 ‘행동 하나’가 아니라 ‘반복돼 온 관계’라는 점을 짚는 반응들이다.

이 사건을 값비싼 외제차 파손으로만 보면 본질을 놓치기 쉽다. 깨진 것은 유리창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금이 가 있던 관계의 안전선이다. 분노는 이해의 대상이 될 수 있어도, 폭력은 용납의 대상이 아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터진 감정은 종종 가볍게 취급되지만, 사회의 시선은 다르다. 이번 판결은 그 차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왜 화가 났는지는 묻지만, 그 결과까지 면해주지는 않는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