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용어·이미지·서술 전반 개선…“AI 시대 기초 데이터 바로잡기”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단장 박기태)가 네이버 지식백과에 수록된 아프리카 관련 편향 서술과 차별적 표현을 대규모로 시정했다.

이번 시정은 총 36개 항목, 84건의 사례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 가운데 70건이 실제 수정으로 반영됐다. 제공처 검토가 진행 중인 14건을 제외한 대부분에서 개선이 이루어졌다.

이번 성과는 반크가 2025년부터 추진해 온 ‘아프리카 바로 알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중 접근성이 좋은 지식 플랫폼에 남아 있던 서구 중심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서술을 체계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크는 앞서 네이버에서 ‘아프리카’ 검색 시 상위에 노출되는 지식백과 콘텐츠를 대상으로 1차 점검을 실시해, 편향 서술이 확인된 10개 항목에 대해 시정을 요청한 바 있다. 이후 2개 항목에서 용어 변경이 반영되자, 조사 범위를 아프리카 전반의 용어와 서술 맥락으로 확대했고, 그 결과 이번 36개 항목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과 개선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번 시정은 초기 일부 용어 수정에 그쳤던 단계에서 나아가, 삽화·이미지 교체와 본문 전면 개편, 신규 내용 보완까지 포함된 서술 구조 수준의 개선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 중심 서술을 역사적 맥락과 현재적 변화가 반영된 서술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정은 서술, 용어, 이미지 전반에 걸쳐 이루어졌다. 주요 대상에는 ‘검은 대륙(5건)’, ‘제3세계(5건)’, ‘니그로(10건)’, ‘피그미(5건)’, ‘부시먼(20건)’, ‘호텐토트(9건)’, ‘도로보(2건)’, ‘갈라(1건)’ 등 외부 시각이나 차별적 맥락이 반영된 용어가 포함됐으며, 서술 10건, 이미지 3건 등 표현 방식 전반이 수정됐다.

기존 지식백과 내 아프리카 서술은 빈곤·질병·분쟁 등 부정적 이미지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반크는 현대적 변화 반영, 자칭 중심 용어로의 전환, 각주 및 참고 문구 보완 등 맥락 중심의 개선을 요청했고, 그 결과 다수 항목에서 서술 구조 자체가 재구성되는 수준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대표적으로 ‘세계지명 유래사전’의 ‘아프리카’ 항목은 단정적이고 정체된 이미지 중심에서 2000년대 이후 경제·사회 전반의 변화와 성장 흐름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Basic 고교생을 위한 지리 용어사전’의 ‘아프리카 문화권’ 항목 역시 잠재력 중심의 단순 평가에서 역사적 배경과 함께 다양한 발전 경로를 설명하는 입체적 서술로 보완됐다.

초등 사회 교육 콘텐츠에서는 보다 구조적인 개선이 이루어졌다. ‘천재학습백과 초등 사회 6-2’ 기반 3개 항목은 표제어와 본문, 삽화가 전면 수정됐다.

‘아프리카의 발전 가능성과 다양한 종족’은 ‘아프리카의 다양한 모습과 종족’으로 변경됐으며, 기존에 ‘배고픔과 질병에 시달리는 모습’ 중심이던 대표 이미지 서술은 ‘풍부한 문화와 예술, 음악, 도시의 활기’ 등 다양한 모습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빈곤 문제 역시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재정의됐다.

또한 ‘아프리카 사람들은 게을러서 못사는 것일까?’는 ‘아프리카가 겪어 온 어려움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로 표제어가 전면 교체됐으며, 빈곤 이미지 중심의 만화와 ‘오랜 식민지 생활로 어렵게 사는 아프리카’라는 소제목은 삭제됐다. 본문에는 식민지 지배와 강제 노동 등 역사적 요인이 반영되고, 오늘날의 변화와 성장성이 함께 제시되도록 개편됐다.

‘아프리카의 환경’ 항목 역시 ‘발전 가능성이 큰 아프리카’라는 잠재력 중심 표현을 삭제하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성장과 젊은 인구, 문화 산업의 확장을 반영하는 서술로 수정됐다.

지도 이미지도 개선됐다. 기존에는 메르카토르 도법 기반 이미지로 인해 아프리카 면적이 실제보다 작게 인식될 수 있었으나, 이를 교체하고 ‘지도 투영 방식에 따라 면적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을 추가했다. 또한 아프리카가 그린란드보다 약 14배 넓다는 정보가 함께 제시되며 정보의 정확성이 강화됐다. 더불어, ‘마법전사 호머와 사막의 괴물’의 ‘사막’ 항목에 첨부된 세계지도 또한 대륙 간 실제 크기와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명시하는 안내 문구가 추가되었다. 이는 반크가 2025년 9월 전개한 ‘올바른 세계지도 사용 캠페인’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성과다.

이들 초등 사회 기반 3개 항목은 교과서 개선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반크는 2025년 5월 국내 교과서 속 아프리카 편향 사례를 분석해 교육부에 시정을 요청했으며, 이후 9월 검정을 통과한 초등 사회 교과서 8종에서 관련 서술이 개선된 바 있다. 이번 지식백과 수정은 이러한 변화가 디지털 지식 콘텐츠로 확장된 사례다.

용어 시정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검은 대륙(블랙·흑인 아프리카)’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니그로’는 ‘아프리카계 인류집단’으로, ‘부시먼’과 ‘호텐토트’는 각각 ‘산족’, ‘코이코이족’으로 수정됐다. ‘도로보’, ‘갈라’ 등의 용어에는 자칭 표현과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는 각주가 추가됐으며, ‘제3세계’, ‘피그미’ 등에는 형성 배경과 사용 시 유의점이 보완됐다.

일부 항목에서는 표제어 자체가 변경됐다. ‘시사상식사전’의 ‘부시먼족’ 항목은 ‘산족’으로 수정되며 외부 명칭의 한계를 설명하는 내용이 추가됐고, 같은 사전의 ‘니그로이드’ 항목에는 해당 용어의 차별성과 과도한 일반화 문제를 명시하는 설명이 보완됐다. 또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의 ‘노예 숙소’ 항목에서는 ‘수입되었다’, ‘화물’, ‘실려 왔다’ 등 인간을 대상화하던 표현을 ‘강제로 끌려왔다’, ‘강제 이송’ 등으로 수정해 역사적 강제성을 보다 명확히 드러냈다.

이번 시정은 역사적 사실과 현대적 관점을 반영한 서술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국내 대표 지식정보 플랫폼의 콘텐츠가 이용자의 인식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기초 데이터 환경을 개선한 사례로 평가된다.

반크는 초기 요청 과정에서 일부 항목에 대해 제공처 정책상 즉각적인 수정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추가 자료와 근거를 보완해 재요청을 진행하며 이번 성과를 끌어냈다.

이번 활동을 담당한 반크 이세연 청년연구원은 “아프리카는 그동안 ‘부정적 현재’와 ‘막연한 잠재력’ 중심의 이분법적 서술에 머물러 있었다”며 “이번 시정을 통해 다양한 역사와 현재를 지닌 주체적인 대륙으로 재조명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서술에 대한 교차 검증이 이루어지며, 향후 지식정보 콘텐츠 전반에서보다 균형 잡힌 서술 기준이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크 박기태 단장은 “현재 지식백과 콘텐츠 상당수는 20여 년 전 제작된 자료가 그대로 디지털화된 것”이라며 “당시에는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던 표현들이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는 만큼, 시대 변화에 맞는 지속적인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활동은 AI가 학습하고 인용하는 기초 데이터의 질을 개선하는 작업”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지식 환경 속 편향과 오류를 지속해서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반크는 검토가 진행 중인 항목에 대한 후속 대응을 이어가는 동시에, 국내외 지식정보 콘텐츠 전반의 아프리카 관련 서술을 지속해서 점검·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