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홈런포,왜안터지나

입력 2008-04-03 05: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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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32.요미우리)의 홈런이 5경기째 터지지 않고 있다. 5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개막전부터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홈런 레이스를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가고 있다. 이승엽 등 중심타자들이 침묵하면서 요미우리도 개막 5연패의 수모를 당했다. 구단 수뇌부와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시즌 전 많은 야구팬들은 이승엽에게 45개 이상의 홈런을 기대했다. 일본 프로야구에 대한 적응기간이 끝난데다 올림픽최종예선에서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프시즌 동안 익힌 한층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타격폼까지 장착했다. 그렇지만 많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이승엽의 홈런포는 계속해서 침묵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게스히팅 실패′와 ′타격폼의 변화′에 있다. 이승엽이 크지 않은 체격으로 많은 홈런을 날릴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예측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투수의 투구패턴을 미리 예측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그를 따라올 선수가 없다. WBC 대회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특급 투수들을 상대로 홈런을 때려낸 것도 게스히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들어 상대 투수들이 이승엽에게 전혀 다른 투구패턴을 시도하고 있다. 투수들의 한 수 앞선 게스피칭에 이승엽의 게스히팅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 도망가거나 변화구로 유인했던 것에서 벗어나 초구부터 한복판에 직구를 뿌리고 있다. 이를 예측하지 못하면서 1, 2구를 멍하니 흘려 보내는 장면이 잦아졌다. 장타를 때릴 수 있는 공들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임창용이 이승엽과의 첫 대결에서 던진 초구 실투도 예측 불발로 보낸 스트라이크였다.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카운트도 불리하게 돼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상대 투수들의 유인구에 당할 수밖에 없다. 다음은 타격폼 변화를 이유로 들 수 있다. 이승엽의 기존 스윙은 손목과 배트 헤드의 원심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낮은 공을 엉덩이가 빠진 상태에서 걷어 홈런을 때려냈던 것도 독특한 스윙궤적과 강한 손목힘 때문이다. 예측하지 못한 떨어지는 변화구가 들어와도 맞기만 하면 타구가 멀리 날아갔던 것이 이승엽의 지난해까지 스윙이다. 하지만 이 스윙은 배트 스피드가 떨어지기 때문에 몸쪽 직구를 공략하는데 문제점이 있다. 이를 알고 있는 이승엽은 게스히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배트 스피드를 끌어 올리기 위해 찍어치는 타법으로 스윙을 수정했다. 몸쪽 직구만 공략한다면 한 단계 더 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 스윙은 낮게 들어 오는 변화구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유인구를 철저하게 골라내고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거나 높은 공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승엽의 지금 스윙은 시즌 전 모습과 다르다. 게스히팅에 새로운 스윙과 기존 스윙이 모두 섞인 좋지 않은 궤적이 그려지고 있다. 게다가 유인구를 골라낼 수 있는 선구안도 따라주지 않고 있다. 스윙이 아닌 발레를 하는 듯한 동작이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문제점이 한꺼번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부진이 지속되더라도 새로운 타격폼에 빠르게 적응하고 선구안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유인구를 흘려 보내고 때리기 좋은 공을 공략한다면 타격폼도 시즌 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게스히팅이 실패하더라도 빨라진 배트 스피드로 대응이 가능해진다. 초반에 홈런이 나오지 않아도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한 번 터지면 겉잡을 수 없이 폭발하는 것이 이승엽표 몰아치기다. 서두르지 말고 하나씩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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