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윤의스포츠Biz]‘감독평가’퍼거슨과비교해봐!

입력 2008-04-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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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문 스포츠면에 다지던 경기를 극적으로 이긴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이 바닥에 드러누워 환호하는 사진이 났다. 아시안게임대표팀을 맡아 금메달을 따내고, 현대캐피탈 감독으로 천하무적으로 군림했던 삼성을 이겼던 성과는 김 감독을 유능한 감독 중 한명으로 꼽는데 손색이 없는 실적이다. ‘드디어 해냈다’라는 자신감이 드러난 사진 속 동작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히딩크 감독의 액션 못지 않게 강인한 인상을 주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김 감독이 보여준 것처럼 팀 스포츠에서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 안다. 하지만 어느 감독이 더 유능한 감독인지는 참 판단하기 어렵다. 물론 2002년 월드컵축구대표팀을 맡았던 히딩크 감독, 1983년부터 2000년까지 해태 타이거즈의 김응룡 감독,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 야구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 등 뚜렷한 실적을 낸 감독들에 대해서는 판단이 쉽다. 꿈도 꾸기 어려웠던 월드컵 4강 진출, 한국시리즈 9회 우승에 정규시즌 통산 1476승, 야구종주국이라는 미국과 일본을 이긴 쾌거 등은 이들이 명감독으로 불리는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한 실적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억에 남는 실적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감독들을 평가할 방법은 없을까. 할 수만 있다면 같은 전력으로 돌아가면서 여러 감독에게 맡겨 실적을 비교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식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내는 아직 감독평가방식이 개발되어 있지 않지만 미국, 영국에서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경제학의 ‘생산’(production) 개념을 도입해 개발한 방식이 있다. 복잡한 수식이 섞여있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한팀이 생산하는 결과물은 ‘승률’ 혹은 ‘승점’으로 본다. 결과물 생산에는 원자재, 인력 등이 투입되는데 우수선수 숫자 혹은 연봉총액 혹은 선수단운영 총비용 등이 투입량을 반영하는 수치로 간주된다. 다년간의 이 수치들을 놓고 이 정도 투입량과 실적간의 함수를 도출한다. 그리고 이 공식에 투입량과 실적을 대입해 투입량 대비 실적이 누가 뛰어난 가를 비교해 감독의 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투입량을 수치화하는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감독의 역량을 수치화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몇년 전 영국에서 세가지 방식으로 프리미어리그 감독의 역량을 평가한 적이 있었는데 의외의 결과가 눈에 띄었다. 세가지 평가공식 중 두 공식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톱 25명안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나머지 한 공식에서도 25명 중 8위에 랭크됐을 뿐이다. 공식에 문제가 있거나 퍼거슨 감독이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것은 아니었다. 평가결과를 놓고 전문가들이 내린 해석은 ‘그 정도 선수를 모았다면 다른 팀 감독보다 더 이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프로구단 감독에게 시즌은 장기간의 시험과 마찬가지다. 항상 그랬듯이 올해도 틀림없이 최종성적표도 받기 전인 시험중간에 ‘잘리는’ 감독이 나올 것이다. 그중에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는 약팀을 맡았던 감독도 억울하게 포함될 수 있다. 이제 우리 구단들도 감독을 바꿀 시점이 오면 시즌 성적만 놓고 감독역량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투입량도 감안하는 합리적인 평가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 소장. 프로야구 초창기 구단 프런트에서 일하며 ‘돈벌이도 되는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스포츠와 비즈니스의 접목, 나의 지향점이자 한국 프로스포츠산업의 현실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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