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열린스포츠‘부산시민들에게야구란…’

입력 2008-04-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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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오후 자동차 오일을 교환하기 위해 동네 자동차 정비소를 찾았다. 정비소의 컴퓨터 화면에 롯데홈페이지가 보였다. “롯데가 잘하니 기분이 좋겠네요.” 먼저 물었다. 선임엔지니어는 “안그래도 내일 목동갑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롯데팬들의 이 충성심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월드컵 축구대회도 아니요, WBC 결승도 아닌 시즌 중 흔하디 흔한 한 게임을 위해 하루 쉬는 일요일을 부산에서 서울까지 원정 가는 롯데팬들. 그들은 왜 야구에 열광하는가? 혹자는 “부산이 일본과 가까워서 그렇다. 놀거리가 없어서 그렇다. 고교야구가 강하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라고 주장한다. 일리 있는 분석이나 동의하기 어렵다. 그 이상이다. 필자가 보기에 부산사람들에게 야구는 삶이자 추억이고 자기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도구이다. 부산 최고의 명소는 해운대가 아니라 사직구장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자기정체성과 부산사람임을 확인한다. 전 세계 어디에 살든 부산사람에게 ‘바다와 사직’은 잊을 수 없는 로망이자 추억이다. 부산사람들에게 사직구장은 ‘부산갈매기’가 있는 ‘성지’이다. ‘지금은 그 어디서 내 생각 잊었는가∼’로 시작되는 문성재의 부산갈매기. 부산출신의 동료교수는 이야기 한다. “노래방에서는 별로 감흥이 나지 않는 노래지만, 사직구장에서 들으면 전율이 흐르고 때로는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고. 그렇다. 사직구장에서 부산사람들은 자기가 어디서 온 사람이며, 누구인지를 확인한다. 항상 롯데가 하위권에 머물러 있었어도 사직구장은 남달랐다. 사람들은 추억을 만들거나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또는 잊지 못할 옛 애인을 그리워하는 듯 사직구장으로 몰려들었다. 메이저리그도 승부가 결정되면 7회부터 귀가를 서두른다. 그러나 사직구장에서는 롯데가 아무리 지고 있어도 팬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롯데의 ‘사직응원’이 8회에 시작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2007년 롯데의 홈 마지막 경기는 특히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7위가 확정된 상태에서 갖는 ‘의미 없는’ 홈 마지막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1만여명에 가까운 관중이 몰려들어 시즌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했다. 게임이 끝나고도 귀가하지 못하고 끝끝내 사직광장에 선수들을 불러내어 7위라는 성적보다는 시즌이 마감되는 것을 아쉬워하며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에서 이들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부산사람에게 롯데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애증(愛憎)이다. 자이언츠를 통해서는 끝없는 ‘愛’를, 기업 롯데에게서는 ‘憎’을 느낀다. 지난 26년 간 1984, 1992년 단 두 번밖에 우승 못하고 ‘꼴데’라는 비아냥을 수도 없이 들었던 롯데. 구도 부산의 자존심을 한없이 짓밟은 롯데. 다시는 야구 안 본다며 돌아서지만 다음날 어김없이 결과를 체크하는 부산사람들. 그들에게 롯데는 ‘남들보다 나을 게 없지만 버릴 수 없는 자식’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 롯데가 2008년 초반이기는 하나 선전하니 부산팬들의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지난 일요일 목동구장의 개장이후 첫 만원관중은 이러한 부산팬들의 열정의 결과이다. 전 세계 어느 구장에서 원정관중의 힘으로 만원사례를 이룬 적이 한번이라도 있는지 필자는 아직 알지 못한다. 적어도 부산사람들에게 야구는 스포츠 그 이상이다. 동명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소싯적부터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그래도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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