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임경완은로이스터의마무리?

입력 2008-05-17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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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2002년 감독으로 있었던 밀워키 브루어스의 현재 마무리 에릭 가니에는 다저스 시절 84번 연속 세이브의 신화를 기록하며 2003년 사이 영 상을 수상했던 전설의 마무리 투수였다. 가니에가 마무리 투수를 하기 전까지 맡았던 보직은 고작 불펜 투수 겸 임시 5선발 요원이었으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채 몇 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그의 뒷문 지키기 능력에는 회의론만 가득하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11일 1이닝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가니에는 인터뷰를 통해 “나는 마무리 투수의 자격이 없다.”며 스스로 클로저 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이미 9세이브를 거두며 내셔널리그 최다 세이브 3위에 올라있었지만, 그 사이 5번이나 블론 세이브를 거뒀던 것이 그 이유였다. 감독과 단장은 그에게 변함없는 신임을 보냈지만, 그는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팀만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는 이유로 자진 하차를 선언했다. 신뢰를 보내던 감독도 팀을 위한 그의 뜻을 받아들여 집단 마무리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유독 마무리 투수들의 수난이 극심한 올 프로야구에는 특히 임경완의 불안한 피칭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주로 불펜 투수로 활약했던 임경완은 로이스터 감독의 부임 이후 예상을 깨고 마무리 투수로 선정됐다. 호세 카브레라의 퇴출 이후 공백이 생긴 그 자리에 최대성, 배장호 등과 함께 물망에 올랐으나, 시범경기에서의 호투로 강한 인상을 심어줘 개막전 마무리로 낙점됐다. 그러나 임경완이 불안한 마무리라는 것은 시즌 개막 후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나타났다. 4번째 등판이었던 4월 5일 LG전에서 3-3동점이던 연장 10회 최동수에게 끝내기 투런 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가 된 임경완은 25일 삼성 전에서도 연장 10회 밀어내기 볼넷으로 실점했다. 10회말 롯데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지 못했다면 또 다시 패전투수가 될 상황이었다. 그는 결국 4월의 마지막 경기에서 첫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고, 롯데는 그로부터 7경기 동안 2승 5패의 부진에 빠졌다. 그리고 문제의 16일 경기. 우리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6-5의 리드를 안고 등판한 9회, 2아웃 2스트라이크까지 잡아놓고 연속안타를 얻어맞아 또 다시 역전패를 당한 임경완은 결국 사직구장의 관중들을 화나게 만들었고, 결국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발생했다. 하필 만원 관중 앞에서 가르시아와 이대호의 홈런이 나온 날이었다. 4월 30일부터 5월 16일까지 6경기에서 6.1이닝 동안 5개의 자책점. 무려 7.14의 방어율이며 2세이브에 블론 세이브가 3차례이다. 세이브를 따낸 2경기는 모두 3점의 리드로 다소 여유로운 상황이었지만 반대로 3차례의 1점 차 리드에서는 여지없이 당했다. 지난 2번의 블론에도 로이스터 감독은 “임경완은 여전히 내 마무리”라며 그의 자존심을 지켜줬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한 경기의 승리가 중요하겠지만, 한 시즌을 이끌어가야 할 감독에게는 전체적인 안목으로 선수들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게 중요했기에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이렇게까지 됐다면 이젠 어찌해야 할까? 밀워키의 클로저는 마무리에서 물러났다가 다시 돌아온 14일 경기에서 1이닝을 피안타 없이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10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반대로 롯데의 클로저는 또 무너졌다. 감독의 역할에는 팀 선수들에게 변치 않는 믿음을 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도 있지만 부진한 선수를 너무 끊임없이 기용한 나머지 그 자신감을 완전히 꺾어버리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반드시 염두 해둬야 한다. 엠엘비파크 유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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