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저하이승호기용승리챙겨줘
SK 좌완투수 이승호는 24일 롯데전을 앞두고 다리를 약간 절뚝거렸다. “수비엔 지장 없다”고 했지만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승호는 20일 문학 삼성전에서 양준혁의 강습타구를 맞고 중도 교체됐었다. 그 와중에도 타구를 주워 1루에 송구해 아웃시켰지만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이런 이승호의 상태에 대해 김성근 감독은 태연히 “총알 맞은 것 아니니까 괜찮아”라고 말했다. 이어 3일간 경과를 지켜보고 24일 롯데전 두 번째 투수로 올릴 방침을 통보했다. 하필 선발 송은범이 1.1이닝 만에 강판돼 이승호는 예상보다 일찍 호출됐지만 5회까지 3.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 사이 SK는 역전에 성공, 이승호는 1361일 만에 승리를 얻었다. 이승호는 “2004년 15승 거둘 때 마지막 승리 이후 첫 승”이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24일 이승호의 구위는 “내가 생각해도 아니었다”고 고백할 만큼 별로였다. 포수 박경완은 5회말이 되자 벤치에 구위 저하 사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김주찬-조성환-이대호 등 롯데 우타선 상대를 이승호에게 맡겨 5회말을 마무리 짓게 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감독은 25일 “승리 투수를 만들어줘야 자신감이 생길 것 같더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승부에 인정을 둘 수 없다’는 철칙의 김 감독이지만 왜 선수들이 복종하는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과거에도 김 감독은 박정현, 김현욱 등 타이틀 밀어주기를 ‘당당하게’ 지원한 바 있다. 혹독하게 다그치되 그 대가는 확실히 챙겨주는 것이다.
마산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