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멋은사치다”

입력 2008-06-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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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난 하루살이다. 지금은 내가 멋부리고 할 것도 아니다. 어떤 것이든 부끄러운 것이 없다. 내가 살아야하고, 팀이 살아야한다.” 삼성 ‘맏형’ 양준혁(39)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LG전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1회말 1사 3루서 상대선발 심수창의 몸쪽 포크볼을 걷어올려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2점홈런을 날렸다. 삼성은 2-1로 승리하면서 그 한방은 승리타점이 됐다. 5월 14일 시즌 3호 홈런을 날린 뒤 42일 만에 느껴보는 짜릿한 손맛이었다. 그는 3회, 5회, 7회 중전안타를 퍼부으며 올 시즌 처음 1경기 4안타를 기록했다. 전날 9회 마지막 타석 중전안타를 포함해 5연타석 안타. 전날의 안타는 1-2로 뒤진 9회말 동점 적시타로 3-2 역전승을 일군 귀중한 히트였다. 오랜 만에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그는 현재의 자신을 ‘하루살이’라고 했다. 하루 하루 안타를 치기 위해 필사적인 몸부림을 치고, 하루 하루 살아남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빗댄 말이었다. “오늘 하루 안타를 쳤다고 감을 잡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은 이것 저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보고 있다. 그것보다 최근 팀이 어려운데 내 탓이 크다. 팀의 중심선수고 고참선수인데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다. 더 분발해야한다.” 그는 생애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5월 17일-30일에는 2군까지 다녀왔다. 시즌 절반이 지났지만 타율은 전날까지 0.227(207타수 47안타)에 불과했다. 5연타석 안타로 타율은 0.242(211타수 51안타)까지 뛰어올랐지만 그의 이름 석자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93년 프로무대에 뛰어든 그는 올해로 16년째. 그러나 올해만큼 절박하게 타석에 들어선 적도 없었다. 자신을 다그치기 위해 그는 현재 양말을 무릎까지 올려 신고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흔히 ‘농군패션’이라 일컫는 촌스러운 복장이다. 그는 “이렇게 양말을 올려 신은 것은 프로에 들어온 뒤 없었다. 학창 시절(영남대)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체면도 부끄러움도 없다. 팬들도 그런 차원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면서 “오늘은 변화구를 많이 쳤다. 뒤에 중심을 두고 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유일한 2000안타를 돌파한 위대한 타자지만 그는 안타를 때려내기 위해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루살이 불나방처럼 도전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젊었을 때는 내일이 있었지만 불혹에 다가선 지금은 자신이 부진하면 나이 탓으로 돌리는 주변의 시선을 거부하고 싶기 때문이다. 삼성 이종두 타격코치는 “짧게 끊어치려다 보니 오히려 더 좋지 않았다. 과거처럼 배트가 뒤에서 짧게 나오면서 임팩트 후 폴로스루를 길게 하라고 주문했는데 점차 좋아지고 있다. 중심을 뒤에 놓고 치고 있다. 오늘 변화구를 받아쳐 안타를 쳤는데 빠른 볼 투수에게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대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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