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아! 이리와 봐!” 두산-한화전이 열린 1일 대전구장. 경기 전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한화 김인식 감독은 맞은편 덕아웃에 모습을 나타낸 두산 김선우를 큰 소리로 불렀다. 얼굴에는 반가운 미소가 가득했다. 김선우 역시 환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김 감독은 다짜고짜 물었다. “너 요즘은 라커룸에서 옷 입고 다니지?” 김선우는 씩 웃더니 고개를 숙였다. “그럼요. 감독님 덕분에 정말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잠시 후. 김선우를 돌려보낸 김 감독은 난데없이 ‘옷’ 얘기를 꺼낸 이유를 들려줬다. 때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린 2006년 3월. 김선우를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은 누구도 예상 못한 4강 진출에 성공하자 기쁨에 들떠 라커룸에서 떠들썩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군복무 면제까지 확정됐으니 애들이 얼마나 좋았겠어. 라커룸에서 옷을 벗고 스트리킹을 하더라고. 그래도 다른 애들은 허리에 수건이라도 둘렀는데, 선우는 정말 다 벗었어.” 김 감독은 아직도 그 장면이 눈에 선한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이 투수코치로 활약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도 김선우 같은 선수는 또 있었다. “그 땐 동메달 따고 나니까 정수근이가 그렇게 좋아했어. 외야를 펄쩍펄쩍 뛰면서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고함을 질러대는데, 얼마나 웃겼던지.” 대전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