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활두동강…올림픽金신호?

입력 2008-07-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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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대표팀은 6월29일 프랑스 보에에서 막을 내린 2008년 제4차양궁월드컵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양궁대표팀은 2차 월드컵에서 여자개인전, 3차 월드컵에서 남·여 개인전과 여자단체전 1위를 차지했지만 남자단체전만은 높아진 세계수준을 실감하고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이번대회에서는 올시즌 월드컵 최초로 남자단체에서 금메달을 획득, 베이징 전망을 밝게 했다. 특히, 남자대표팀은 랭킹라운드 도중 활이 부러지는 난관을 극복하며 위기관리능력까지 쌓고 돌아왔다. 양궁월드컵에서는 2번에 걸쳐 36발씩, 총 72발의 랭킹라운드를 펼친뒤 단체전과 개인전 시드를 배정한다. 사고가 터진 것은 임동현(22·한체대·사진)이 랭킹라운드를 펼치기 직전. 연습 사를 하다 활의 날개 부분 접착이 갑자기 떨어져 나갔다. 부러진 활은 임동현이 제3차월드컵 개인전에서 우승할 때 쓰던 활로, 가장 아끼던 것이었다. 평소 남자대표팀 장영술 감독에게 “이 활이 몸에 잘 맞으니 올림픽 때까지 쓰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부랴부랴 예비용 활로 바꿨지만 임동현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보통 선수들은 활을 자기 몸에 맞게 개조하는 작업(튜닝)을 한 후 사용한다. 예비용 활 역시 튜닝된 것이었지만 감각은 달랐다. 대한양궁협회 서거원 전무는 “우리 선수들은 장비에 무척 예민하다”고 했다. 다른 나라선수들 같으면 둔감하게 넘길 수 있는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을 쓴다. 한국선수들의 실력이 워낙 뛰어난데다 양궁장비제조 기술도 세계적이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모두 활과 맞지 않았던 임동현은 결국 첫 36발에서 55위에 그쳤다. 자존심 강한 임동현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등수였다. 장영술 감독과 전인수 코치는 “지나간 일은 잊으라”고 조언했고, 임동현도 새로운 마음으로 활을 대했다. 한 발, 한 발 활에 몸과 마음을 맞추자 화살은 정중앙을 향했다. 임동현은 제실력을 찾았고, 다음 36발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합산등수는 20위. 가라앉았던 남자대표팀의 분위기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활은 반복 연습으로 내구성이 다하거나 더운 날씨 때문에 접착 부분이 느슨해지는 경우 부러진다. 남자대표팀 맏형 박경모(33·인천계양구청)는 “일교차가 큰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대표팀은 무더운 날씨에 강도 높은 훈련을 해왔다. 강훈의 후유증이 활에도 남았고,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장영술 감독은 “활이 부러지는 일은 흔한 경우는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어차피 망가질 활이었다면 올림픽 이전에 부러지는 것이 낫다”고 했다. 전인수 코치는 “큰 대회전에 액땜 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실제로 활이 부러지는 것은 좋은 징조다. 200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활 날개가 부러졌던 윤미진은 챔피언이 됐다. 신궁 김수녕은 “2000년 종별대회 직전 활이 부러진 뒤 1등을 했다”고 회상했다. 임동현은 “순간 당황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다”면서 “기술뿐만 아니라 장비까지도 확실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웃었다. 서거원 전무이사는 “올림픽 때는 활을 3개씩 준비시키겠다”고 대비책을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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