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썰미 있는 야구팬이라면 최근 삼성의 선발투수 예고만 봐도 포수로 누가 선발출장하는지 알고 있을 듯하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지난달 중순부터 선발투수가 누구냐에 따라 진갑용과 현재윤을 ‘맞춤형 배터리’로 번갈아 기용한다.
○ 노장투수는 진갑용, 영건은 현재윤
진갑용(34)은 이상목(37)과 전병호(35)를, 현재윤(29)은 배영수(27)와 웨스 오버뮬러(32)를 전담한다. 삼성의 5선발은 상대팀에 따라 유동적이다. 포수 컨디션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베테랑은 베테랑끼리, 젊은 선수는 젊은 선수끼리 짝짓기를 한다. 따라서 삼성 선발투수가 예고되면 선발포수도 읽을 수 있다.
6월 17일 목동 우리전에 이상목과 현재윤이 선발 배터리로 나갔는데 호투하던 이상목이 5이닝 6실점으로 이날 부진했다. 당시 현재윤의 사인에 이상목이 고개를 자주 흔들었다.
젊은 포수는 베테랑 투수의 사인거부에 부담이 커지고, 볼배합 계산에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서로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선 감독은 결국 노련한 진갑용에게 이상목과 전병호를 맡겼다. 오버뮬러는 현재윤을 선호하고, 배영수와 현재윤은 룸메이트로 절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선 감독은 “진갑용은 여기저기 잔부상이 많고, 현재윤은 체력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기 힘들다. 앞으로도 둘을 반반 섞어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진갑용과 현재윤의 스타일은 정반대다. 진갑용은 안방에서 움직임이 거의 없다. 노하우가 풍부하고 안정감이 높다. 현재윤은 움직임이 많고 투지가 넘친다. 볼배합 패턴은 진갑용이 보수적이라면 현재윤은 진보적이다. 그래서 장담점도 대비된다. 포수의 움직임이 많으면 심판이나 베테랑 투수는 싫어한다. 베테랑 포수를 상대로 젊은 투수가 자신의 주장을 하기 쉽지 않다.
○ 황금분할이냐 독이 든 성배냐
전담포수제는 장단점이 있다. 호흡이 맞는 배터리는 경기력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고, 결과가 잘못되더라도 상대 탓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폐해도 있다. 전담포수가 부상 등으로 결정할 때 투수는 상대하지 않던 포수와 호흡이 더 맞지 않을 수 있다. 주전과 백업이 확실할 때 존재하지 않던 투수와 포수의 편가르기와 보이지 않는 세력싸움이 알게 모르게 생길 수도 있다.
6월에 10점 이상을 주며 난타를 당하던 삼성 마운드는 일단 최근 선발진이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전적이지는 않지만 ‘전담포수제’가 정착기조에 접어들면서 얻은 실리로 볼 수도 있다.
잘되면 ‘황금분할’이지만 잘못되면 ‘독이 든 성배’가 되는 전담포수제. 과연 선동열호가 ‘전담포수제’ 정착을 통해 4강의 실마리를 찾고 내년 이후를 도모하는 밑그림을 만들 수 있을까.
잠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