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제리 로이스터(56·사진) 감독이 화났다. 특유의 ‘뚝심 야구’도 한계에 다다랐다. 4강마저 위협받게 된 팀 사정 때문이다.
롯데는 개막 이후 단 한번도 4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하지만 연승과 연패를 반복하는 사이 팀 순위는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3월 1위-4월 2위-5월 3위에 이어 6월을 4위로 마감했고, 7월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5위로 내려앉을 위기에 처했다. 결국 로이스터 감독도 칼을 빼들었다.
○ 매클레리 퇴출…“타력보강 이유 중 하나”
롯데는 23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외국인 투수 마티 매클레리(34)의 웨이버공시를 신청했다. “제구력 난조로 선발진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매클레리는 올 시즌 19경기에서 5승5패에 방어율 4.60을 기록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매클레리는 ‘잘’ 했지만 우리는 ‘뛰어난’ 선수가 필요했다”고 했다. 일이 술술 잘 풀리던 4-5월엔 오히려 매클레리를 믿고 기다렸던 로이스터 감독이다. 하지만 팀이 어려워지자 마음을 고쳐먹었다.
무엇보다 타자 용병 영입이 절실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간판타자 이대호의 부진을 ‘큰 문제’로 꼽으면서 “타력 보강이 (매클레리 퇴출의)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의 추천을 받아 후보 3명을 압축했고, 그 가운데 한 명은 롯데 팬들에게도 익숙한 인물이다. 롯데 이상구 단장은 “전반기는 이대로 끝내고 8월에 새 용병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교체는 8월15일까지 가능하다.
○ 9월 승부 위해 로이스터도 ‘휴가 반납’
로이스터 감독도 팀 재건을 위해 선수들과 고통을 분담하기로 했다. 8월 올림픽 브레이크 때 열흘간 미국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3박4일의 도쿄 여행으로 대체했다. 9월의 승부를 앞두고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훈련보다 체력관리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고수해왔지만 8월에는 ‘미니 전지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 선수단이 반복되는 ‘휴식’에 ‘성적’으로 보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8일부터 소집되는 훈련을 직접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시간 대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절한 스케줄을 고심하고 있다. “전력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다른 팀들과의 연습경기는 배제한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을 2군 경기에 내보내 경기 감각을 유지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