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떨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 ‘아시아의 대포’ 이승엽(32·요미우리)의 방망이에 일본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복귀 후 세경기, 9타석만에 145m 대형아치를 쏘아 올렸던 이승엽이 또 한번 찬스에서 이름값을 해내면서 일본의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28일 히로시마시민구장에서 열린 히로시마와의 원정경기에서 2-6으로 뒤진 9회 초 2사 2·3루에서 대타로 등장, 상대 간판 마무리 나가카와 가쓰히로에게 2타점짜리 중전적시타를 터뜨렸다. 왼손 다카하시 겐이 상대 선발로 등판하면서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던 이승엽은 볼카운트 2-1의 불리한 상황에서 시속 120km짜리 바깥쪽 낮은 포크볼을 받아쳐 추격점을 뽑았다. 전날 홈런에 이은 2연속 경기 안타 및 타점(시즌 5호). 요미우리는 추가 득점 불발로 4-6으로 패했고, 4연승 행진이 끝났지만 이승엽의 대타 2타점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전날 홈런을 두고 일본 언론들이 앞다퉈 이승엽의 홈런 소식을 대서특필하는 등 일본 현지에서 유독 그의 방망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터라 더 의미있는 적시타였다.
<스포츠닛폰> <스포츠호치>는 이승엽의 27일 도쿄돔 야쿠르트전 초대형 중월홈런에 대해 28일 1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요미우리의 기관지격인 <스포츠호치>는 그렇다 쳐도 <스포츠닛폰>까지 ‘마침내 깨어난 한국 주포의 위협탄, 호시노 재팬에 경보 1호’라고 헤드라인을 뽑았을 정도다.
이승엽의 홈런에 일본 매스컴이 이례적인 경계감을 표출한 배경엔 베이징올림픽이 자리하고 있다. <스포츠닛폰>은 1면 사이드에 일본의 아라이, 대만의 천진펑 등 베이징올림픽 본선 참가 7개국 주포의 면면을 소개하며 한국의 이승엽과 대비시켰다. 이어 이승엽이 3번타순에 포진해 4번 김동주, 5번 이대호와 중심타선을 이룰 것이라 예측했다.
일본대표팀의 오노 타격코치는 이승엽의 홈런을 애써 평가절하하면서도 “그 홈런이 계기가 돼 다양한 방향으로 타구가 뻗어 나가면 두렵다. 이승엽이 터지면 한국은 사기가 오른다. 이제부터라도 일본 투수들이 이승엽 상대론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경계심을 빠뜨리지 않았다.
김일융 <스포츠동아> 일본 통신원 역시 “이승엽의 지금 스윙은 전성기의 80-90%로 보인다. 몸쪽 코스 공략과 바깥쪽 코스를 밀어 쳐서 좌전안타를 만들면 100%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순간부터 일본대표팀은 ‘곤란해졌다’라고 무서워 할 것”이라 평했다. 다만 김 통신원은 “이승엽의 홈런이 우익수 쪽이 아니라 센터로 날아간 것은 몸이 완벽해졌다는 반증이다. 결코 운이 아니다. 실투라 해도 받아친 이승엽의 타격감이 그만큼 올라왔다는 의미”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스포츠닛폰>은 이승엽의 홈런에 대해 ‘이승엽이 깨어나서 가장 곤란해진 쪽은 호시노 재팬이다. 이승엽은 숙적 한국의 주포’라고 촌평했다. 단 한 방의 홈런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을 들썩이게 만든 이승엽이 타격감 조절이 힘들다는 대타로 나와 적시타까지 터뜨렸다. 일본의 ‘이승엽 공포증’은 더욱 커질 분위기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