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19·단국대)이다.” 몇 몇 승객이 마린보이를 알아봤다. 하지만 기내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승무원들은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박태환은 평소처럼 이어폰을 꽂고 단잠에 빠졌다. 박태환은 “주변 선수들에게 위화감을 주기 싫다”며 촬영도 간곡히 사양했다. 대한항공 측은 “일부러 수영대표팀이 탔다는 안내방송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 모 언론에서는 박태환이 자유형400m연습에서 세계기록을 세웠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이것은 50m후 5초간 휴식을 보장한 인터벌 테스트의 결과.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박태환은 출국 수속 중 동료들과 장난을 치며 미소를 날렸다.
올림픽표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아버지, 어머니가 베이징에 날아올 수 있게 된 것도 아들로서는 다행이다. 박태환은 “이번에도 오실 수 있게 돼 심리적으로도 안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아버지 박인호씨와 어머니 유성미씨는 박태환이 이륙한 지 1시간 30분 뒤에 베이징행 비행기를 탔다. 부자지간에는 긴 호흡이 필요하지 않았다. 박태환은 “비행기에 타기 직전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면서 “‘잘 하고 오라’고 하시기에 ‘잘 하고 오겠습니다’고 답했다”며 웃었다.
참았던 승객들의 응원은 베이징 도착 직후 터졌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박태환을 향해 플래시와 파이팅 세례가 이어졌다. “어, 펠프스네.” 입국수속장으로 향하는 도중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3·미국)가 박태환의 앞을 가로막았다. VISA카드 모델인 펠프스의 대형 광고판이 설치되어 있었던 것. 박태환은 “만약 펠프스가 자유형400m에 출전했더라도 좋은 승부가 됐을 것”이라며 승부사의 기질을 감추지 않았다.
입국장 밖으로 한국취재진들이 보였다. 박태환은 “이제 부담감을 가지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했다. 머리를 한 번 가다듬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자신이 쓸 공기청정기를 실은 카터를 끌고 나갔다. 저 편에서 카메라 불빛들이 번쩍였다. 이어지는 질문들. 박태환은 당당하게 “세계 기록에 맞춰서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3일 오후 5시부터 1시간가량 워터큐브에서 적응훈련을 마친 뒤에는 “수영장이 썩 괜찮다. 느낌이 좋다”며 금빛예감을 밝혔다.
베이징|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